시카고 찍고 독일로...에서 시카고 혹은 독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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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시카고가 아니라 시카고 근처, Argonne Lab.
독일은 뭉퉁그려 독일이 아니라 함부르크, DESY.
몇개월을 끌어왔던 다음 행선지가 위 두군데로 압축이 되었다.
내가 갈 장소를 스스로 결정할수 없다는건 좀 아쉬운 일이지만,
누구와 일할지는 정해졌으니깐, 더이상 미련은 없다.
둘다 살기좋은 곳이라고 하니, 어디로 가든지 새롭고 재미난 세상이 우릴 기다리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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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닥자리 알아보는데, 남들은 백군데도 넘게 원서를 넣어야 겨우 될까말까 한다던데,
난 무슨 깡으로 달랑 4군데만 알아봤을까.
서부, 중부, 동부, 그리고 또다른 중부. 나름 고루 퍼졌네.
동부... 원서 마감이 있고 발표도 제대로 나는 자리인지라 1월까지 연락주겠다더만 2월 1일에 딱 메일이 오더라. 떨어졌다고. 원래 기대도 안했는데 은근 교수 빽만 믿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없진 않았다. 근데, 연구요약이니 연구계획서니 원서준비를 아주 제대로 했는지라, 접수 후에는 공들인게 억울해서라도 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다. 제일 먼저 떨어진걸 알았고, 충격은 컸으나 은근 울 교수가 충격 더 받았을 듯.
중부... 살기 좋다는 그곳. 포닥이 아니더래도 나중에라도 꼭 살아보고 싶은 곳. 역시나 힘들게 원서접수를 시켰는데, 너무나 묵묵부답이다. 같은 연구센터의 두 교수한테 연락을 했었는데, 젊은 교수한테는 답변이 왔으나 (돈이 없어서 못뽑는다고) 나이많으신 그 분야 짱 교수한테는 단 한마디 답변조차 받아내질 못했다. 지금까지도.
서부... 나의 로망인 그곳. 마침 그 연구센터에 분야의 대가가 있었고, 교수끼리 친분도 있고, 학회때 (2년전이지만) 눈도장도 찍고, 추천서 보내라는 말도 없었는데 연락 다해서 보내버렸고... 나름 준비를 한다고 한것 같은데, 준비를 더 했어야했나? 아님 내 실력이라도 빠방했어야 준비다운 준비일텐데, 결국 운이 닿지 않았다. 역시나 돈문제였는데, 계획된 펀드가 지급이 안되어서 사람을 당장 못뽑는다는. 그래서 몇개월째 공고만 내놓고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하고있다는. 나도 좋다 몇개월이고 기다리겠다 나좀 뽑아줘 하다가,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하다가 지난 3월까지 결정이 질질 미뤄진거였다. 기다림은 너무 지쳤고, 나는 바보가 되기 싫었다. 우습게도 내가 포기한 격인 셈이다.
또다른 중부... Argonne Lab. 처음엔 얼마나 사전지식이 없었는지, 일리노이 주에 있는걸 위스콘신 주에 있는걸로 착각하고 내 홈피에 버젓이 올려놨었다. DAMOP이라고 원자분자광학물리 쪽 학회가 있는데, 매년 학회장에 갈때마다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논리정연한 말투, 정곡을 찌르는 질문, 게다가 또랑또랑한 브리티시 엑센트까지. 젊고 유능한, 단연코 드러나 보이는 사람이었다. 작년 attosecond 학회에선 그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내가 당하기도 했다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좀더 사실을 털어놓자면 Argonne Lab에서 주는 장학금 신청에 눈이 멀어, 그 사람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고 어줍잖게 원서를 접수시켰더니, 덜컥, 전화를 하자네. 떨리는 마음에 전화를 받았더니 좋다네 같이 일해보자네. 근데말이지, 이 분이 Argonne Lab에 계속 있을지 아님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DESY로 옮길지 결정을 안지었다고. 만약 내가 Argonne Lab에 오게되면 나중에 같이 독일로 갈수도 있다고, 그럴수 있겠냐고. 다른데 지원한게 있는데 그쪽도 알아보고 답을 주겠다. 이런 연유로 난 나의 로망 서부를 잊지못하고 그쪽 소식만 3월말이 되도록 아기다리고기다리 한거였다.
자칫하면 Argonne Lab도 놓치고 로망인지 뭔지도 놓치고 캔자스에 말뚝박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의 길은 그래도 나를 찾아주고 기다려준 사람을 따르는 것이었다. 포닥자리란건 아무래도 교수의 명성이나 학교 혹은 연구소의 명성을 업고 나중에 잡을 찾을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정하라 했는데, 그리하도록 지금 지도교수가 그토록 얘기를 했는데도, 결국 나의 선택은 젊고 전망있는 교수 밑에 들어가는 것이 되었다. 어쩜 새로운 연구실을 맨바닥부터 이끄는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독일로 가게되면 말이다.
아무튼 4월 1일 (엥? 만우절), Argonne Lab으로 마음을 굳히고 (즉 로망을 접고) 연락을 취했더니, 그 분 또한 심적으로 엄청난 갈등 중이시라... Argonne에 남을지 독일로 갈지 아직 모르겠다고. 한 2주뒤면 마감일이니 꼭 결정이 될꺼라고 그러네. 만약 가게되면 원래 계획으론 나는 Argonne Lab에서 있다가 나중에 DESY로 옮기는 거였는데, 이젠 시간이 촉박하게 되어서 Argonne 건너뛰고 바로 DESY로 가게 될꺼라 한다. 물론 독일로 안가게 될수도 있고, 그 경우 나는 바로 Argonne Lab으로 가게 된다. 여기엔 이미 원서 지원, 접수, 합격결과까지 다 나온 상태고 말이다.
Argonne Lab 또는 DESY. 어느 곳이든 어떻게 하다보니 싱크로트론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나는 예정에도 없던 x-ray 관련 이론분야 일을 맡게 될런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시 된다. 이게 엄청 운이 좋은게, 희정이 전공분야도 x-ray와 관련이 있기에, 두 연구소 모두 희정이 관련 분야 연구가 엄청나게 많은 곳이라는거다. 심지어 DESY는 희정이 지도교수가 졸업연구를 수행한 곳. 무려 7년전, 나 하나 때문에 희정이도 캔자스까지 끌려오게 되었는데, 이제 조금은 면피라도 하는 심정이다. 나에겐 우리모두에겐 행운이다.
이상 포닥자리를 알아보는 과정 보고였습니다. 결과 보고는 4주후가 아닌 2주후에 뵙겠습니다.
# by 손상길 | 2010.4.4 ~ 2010.4.4 | 조회수:37040 | 댓글 2개 ▶ 이 글의 링크 및 트랙백: http://www.zannavi.com/blog/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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