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길님께서 2002.3.15(금) 새벽 0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12218
희정이가 살 집의 보증금을 마련하기위해
생전 처음으로 은행에서 대출이란걸 받아보았다.
사실 다른 곳에 손을 빌려서 자금을 구하는 방법도 없진 않았지만
희정이와 난, 우리힘으로 해보자며 의기투합하였고
가장 싸게 돈을 빌리고자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러면서 느낀건 역시나 빈익빈 부익부라는거.
돈없어 돈이 필요한 사람에겐 돈이 빌리기가 힘들고
돈이 있어 덜 필요한 사람에겐 돈도 쉽게 빌려진다는거다.
돈빌려주는것도 장사고, 남는 장사 하려면 당연한거라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당연한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게 힘들때가 있다.
은행에서 돈을 쉽게 빌리기 위해선
그 은행에 거래실적도 있고, 연계카드에 사용실적도 좋고, 개인의 신용도 좋고
이런거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신용평가기준은 내가 보기에 단 하나였다.
한달에 돈을 얼마나 버느냐. 그것만이 중요한거다.
한달 월수입이 얼마냐에 따라서 A등급, B등급, C등급,... 등등으로 매겨졌고
등급에 따라 돈빌리는 기간과 금리는 천차만별이었다.
"나"의 신용도, 즉 저사람 믿을만해 못믿을만해를 결정하는 척도는
그들의 기준, 오로지 돈에 의해서 등급이 매겨지고 평가가 되는거다.
아, 나에겐 한가지 기준이 더 있었다. 무시무시한 계급순.
나같은 군인신분으로선 계급에 의해 등급이 결정되어졌다.
좀더 있다. 일명 "사"자가 붙은 사람,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등은
특별우대 운운하면서 굉장히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었다.
그랬다. 오로지 그사람의 돈과 신분에 따라서 모든걸 결정하는거다.
개인의 신용이란건 딴게 아니었다. 지금 니가 가진 돈과 네 신분. 그게 다다.
그러니깐 은행에서 대출을 쉽게받으려면 그 은행에 거래도 트고 신용도 쌓아야해.
이게 아니라 악착같이 벌어서 돈을 많이 모아야지 이래야 되는거다.
이런 젠장, 돈 많이 모아놨는데 돈을 뭣하러 빌리냔말야.
돈없어 아쉬울때나 돈빌리러가는거여서 그랬겠지만
나의 등급이 매겨지고 대출한도는 최대가 얼마다 대출금리는 얼마정도다
단번에 결정되어지니깐 내가 그것밖에 안되나 싶고, 좀 서러웠던게 사실이었다.
누군 저만큼이나 빌려주면서 난 요것밖에 안되느냐...
눈앞에 빤히 보이는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에 억울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희정이나 나나 변변한 직장이라도 있으니깐 (나도?!)
대출이 쉽게 된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연이자 25%에 육박하는 카드론이나
연이자 200~300%이나 되는 사채라도 썼었어야되는거잖어.
돈 빌리는게 어디냐. 잔말말로 주는대로 받아써...
서러운 약자에게선 불만을 가질 권리조차 앗아가 버린다.
그러니깐 서러운꼴 안당할려면 돈많이 벌어야해... 그냥 그러면 그뿐인가.
내 주거래은행은 국민은행. 월급받은거에 조금씩 적금드는게 있었고
그걸로 돈을 빌리는게 좋을것 같아서 알아보았다.
적금은 금리가 좀 높을때 들은거라서 연 9%나 되는 좋은 조건이다.
그걸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면 당연 그 금리보다 높게 받아야되는거 아닌가?
한 국민은행 지점에서 물어보니 적금금리+1.5%를 적용해서 돈을 빌려준단다.
근데 다른 지점에서 문의를 해보니 이것저것 따지더니만 연 8.45%로 빌려준다는거다.
내 귀를 의심할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럼 은행이 손해보는거 아니냐고.
상관없다면서. 어쨌든 이렇게 빌려주는게 가능하다고 일러주는거다.
싸게 빌려주겠다는데 거부할 사람이 있겠는가. 확실하냐 재차 확인하곤
당연히 그걸로 신청해버렸지.
하지만 도통 이해할수 없는 플레이다. 은행은 그렇게 빌려줘도 괜찮은걸까.
개인 신용도로 따지면 D나 E등급밖에 안되는 나인데 무슨 계산에 의해서
그런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겠다는건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정말로 이해할수 없었던건,
왜 처음 물어본 지점에선 그 얘기는 한마디도 안해줬냐는거다.
누구랑 얘기하느냐에 따라서 돈빌리는 조건이 틀려지다니 말이나 될법한건지.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정리가 안되었다.
나에게 1~2%의 차이는 절실한 문제였다.
이천만원의 1%면 일년에 이십만원이나 되는데
어떻하든 기를쓰고 싸게 빌려야만 했던거다. 아쉬운 쪽은 나였다.
반면 창구의 직원은 별로 아쉬운게 없었다.
아무리 대출 잘 받아가고 이자 꼬박꼬박 내는 고객이 왕이라 한다지만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의 대출을 받으려고 줄을 섰었고
그 한건한건마다 돈빌리는 사람의 절박한 입장이 되어줄수 없다는건 잘 안다.
그치만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그가 알려주는 말 한마디에 따라
금리가 오르락내리락 한다면 어떻게 은행을 믿고 의지할수 있을까.
연이자 8.45%라는 내가 받을수 있는 최저의 금리를 가지고 돈을 빌려놓고도
더 낮게 할수도 있는거아냐 의심도 가고. 왠지 속았다는 기분도 들고.
못내 찜찜한게 개운치 못하다.
내 주거래 은행은 농협이지요. 원래 과기원에 있을 때 우체국 통장을 다 똑같이 만들어 주었죠. 그래서 학부 때는 그걸 썼고 사실 석사 때 서울대로 왔지만 그 우체국 통장을 그대로 썼지요. 그런데 불편한 점이 여러 가지가 있었죠. 가령 현금 카드 분실 신고를 했다가 철회를 하려면 가입한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 어떻게 그것 하나 때문에 과기원까지 가겠어요. 더 웃기는 것은 분실 신고를 하고 재발급 신청을 하는 것은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어요. 결국 잃었다가 찾았던 현금 카드 사용을 포기하고 재발급 신청을 하였지요. 그러다가 박사 올라오면서 기숙사 들어가게 되고 농협 통장이 있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만들었죠. 그 때까지만 해도 주거래 은행을 바꿀 의도야 없었는데.
석사 때까지는 돈을 모은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실제 돈이 별로 모이지도 않았고요. 나갈 돈이 많았으니까요. 박사 올라오면서 과외도 잡고 나갈 돈이 줄어들면서 돈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이 때는 적금 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그냥 번 돈은 농협 통장에 다 넣고 여기 있는 돈이 쌓이기를 바란 거였죠. 그리고 우체국에 들어 있던 돈을 조금씩 빼서 썼고요. 주거래 은행을 바꾸려고. 사실은 이게 손해였는데. 농협 저축 예금 이율은 1%고, 우체국 저축 예금 이율은 2%였으니까. 그 땐 그런 것 생각을 못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농협 중앙회(단위 농협 말고)나 몇 군데 은행에서는 통장이 없는 저축 예금 제도를 만들었죠. 통장이 없어서 창구 거래를 할 수 없고 현금 카드나 전자 금융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돈을 예금하거나 찾는 것이죠. 대신 일반 저축 예금보다 특혜를 주지요. 가령 농협 중앙회의 '이뱅킹'은 연이율이 3.8%입니다. 일반 저축 예금은 1%죠. 저축 예금에서 가장 이율이 높죠. 이자 박하게 주는 일부 은행 3개월짜리 정기 예금보다 높을 겁니다. 여기보다 높은 곳은 은행에는 없고 상호 신용 금고 중에서도 일부분에나 있겠죠. 이것도 예전엔 4.8%인데 많이 떨어졌죠. 그리고 그걸 모계좌로 정기 예금이나 적금에 들었을 때 우대 이율이 있죠. 금리가 높았을 때는 돈을 못 모았고 돈이 모이니 금리가 낮아지네요. 그래도 이자 소득세가 좀은 떨어졌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농협 적금 이율이 다른 은행보다 높진 않은데 이뱅킹 우대 이율이 높은 편이라 그것까지 고려하면 다른 은행보다 약간 높지요. 그래서 정기 예금(이미 만기)과
적금을 거기 들고 있습니다. 정기 적금 이율이 서울 은행이 더 높은 걸 알고 땅을 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죠.
국민 은행의 '국민 인터넷 예금'도 이에 속합니다. 이율이 3%죠. 국민 은행의 일반 저축 예금 이율은 0.5%고요. 저도 국민 인터넷 예금은 가입하였지만 농협 이뱅킹 이율이 더 높으므로 농협에다 몰아 줍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일반 저축 예금 통장을 은행으로 가져가면 그걸로 바꾸어 주기도 하죠.
예전에 가입한 거면 그전 이율이 그대로 가니까 그전 금리를 유지하겠지만 새로 가입한다면 정기 적금은 서울 은행, 상호 부금은 외환 은행의 '매일매일적금'(정기 적금과 비슷하나 달마다 일정액을 내는 게 아니라 원할 때 적립을 하는 것)이 가장 나아 보입니다. 상호 신용 금고에 가면 더 좋은 조건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시중 은행 중에서는 그렇지요.
국민 은행의 '국민 인터넷 예금'도 이에 속합니다. 이율이 3%죠. 국민 은행의 일반 저축 예금 이율은 0.5%고요. 저도 국민 인터넷 예금은 가입하였지만 농협 이뱅킹 이율이 더 높으므로 농협에다 몰아 줍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일반 저축 예금 통장을 은행으로 가져가면 그걸로 바꾸어 주기도 하죠.
그리고 제2 금융권(각종 상호 신용 금고, 협동 조합, 새마을 금고 등, 다만 농협, 수협 중앙회는 제외)에 가입한 정기 예금과 적금은 2천만 원까지 세금을 1.5%만 내면 됩니다. 일반 은행(우체국, 농협 중앙회, 수협 중앙회 포함)의 이자에 대한 세금은 16.5%죠. 세금 우대의 경우 10.5%고요. 농협 중앙회와 단위 농협을 구분하는 방법은, 농협 중앙회는 농협 어디(지명) 지점이라고 된 것을 찾고, 단위 농협은 지역 이름 + 농협이라고 되어 있는 곳을 찾는 것입니다. 저는 농협 중앙회 서울대 지점과 유성 농협에 통장을 갖고 있죠. 그리고 잔고는 없지만 웬만한 은행 통장은 다 있습니다. 인터넷 뱅킹이 되니까 언제 쓸 만한 예금 상품이 있으면 가입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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