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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에게 필요한건...

손상길님께서 2002.3.2(토) 새벽 2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10173 내가 맘대로 놀수있는, 내손에 딱맞는, 나의 맘을 잘 알아주는(이게 젤 중요) 컴퓨터다. 어제와 같이 매듭이 꼬일땐 정말이지 어떻해야할지 모르겠다. 매듭을 끊어버리는게 최선이었을까. 답답함을 조금이나 가시고저 어제(이제 그제)의 일을 나열하고자 한다. 명색이 감독이었던 나는 어떻게든 내손에서 끝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자기 손으로 직접 제작하고 싶어하는 제작자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했고 (사실은 내가 졸랐다) 그럼 영상입히는건 제작자가, 자막을 쓰는건 내가 맡기로 하였다. 그 일은 매우 쉬워보였다. 내가 쓸수 있는 컴으론 내가 쓰던 oldmac, 빌린 iBook, 희정이 VAIO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학생때 거금을 주고산 폰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폰트는 oldmac에만 설치가능했고, 동영상(파일이 좀 크다)은 iBook에 담겨있었다. 방에서 판을 벌여보니 iBook엔 ADSL을 물릴수 없음을 깨닫는다. 필요한 파일은 씨디에 담겨있으나 깨져있었고(망할놈의 KT!) iBook엔 디스켓도 안들어간다. 네트웍이 안되면 모든건 수포로 돌아가므로 정신을 이곳에 집중한다. 네트웍케이블로 iBook과 oldmac을 직접 연결하는 걸 시도한다. 예전 80년대 기술인 애플톡으로도 잘만 되었는데 TCP/IP연결은 왜 이리 힘든 것이야. 원래 안되는건지 아님 못하는건지. 혹 NetBIOS로 연결하면 할수 없을까 해서 VAIO와 iBook간의 연결을 시도해보지만 역시 실패. 좌절하고 있을때 생각이 떠오른다. VAIO로 동영상을 받은 다음(다른 서버에 저장되어 있었다) 스틸사진을 따와서 oldmac으로 보내주면 되겠네(둘은 ADSL에 연결가능). 아뿔싸, VAIO에는 하드가 부족했고. 아뿔싸, oldmac에 깔린 포토샵은 2.5버젼이었다. 무리는 없었지만 레이어를 못쓰지 않던가. 요즘 쓰는 5.x나 6.x는 설치조차 안되었던 충격이 이제서야 떠오른다. 7.0도 나온 마당에 이게 무슨 낭패람. 그럼 oldmac에 깔린 폰트들은 하나도 못쓰게 되나. 그래도 그건 아니지. 귀찮지만 일러스트레이터로 편집한 다음(아이러브일러. oldmac에도 무리없이 돌아감) VAIO의 포토샵에서 읽으면 될것 같았다. 아앗, 또 아뿔싸. 그날은 목요일이었고 눈치없는 룸메이트가 대낮부터 방에 들어오는 시간이 다 된 것이다. 고민고민, 에잇. oldmac에서의 편집은 실패. 방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짐을 싸들고 열쇠를 빌려빌려 작업장소를 학교기숙사로 옮겼다. 이제 iBook 네트웍 물리기는 일도 아니었지만 불행히도 이방은 네트웍선이 하나여서 이리꼈다 저리꼈다를 반복해야했다. 자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 iBook에서 적당한 폰트를 다운받아서 자막편집도 끝내고 욕심만 내면 동영상 편집까지 모조리 완성할수 있는 기회였다. 그것도 iBook만으로 말이다. 얼마전 보았던 "광수생각" 폰트가 언뜻 떠올랐고, 어딘가 떠있으랴 온갖 곳을 다 뒤졌지만 쉽게 눈에 띄일리 없다. 실패. 동영상 편집기 프리미어도 못찾겠더라. 예전에 한창 쓰던 warez류의 공간이 모조리 닫겨있더라. 좌절. 끊임없는 웹써핑의 연속. 이건 나의 웹써핑 능력과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다행히 적당한 폰트를 찾았는데, 그 와중에 빌려온 iBook에 깔아줄 필수 요틸을 받아온게 더 많았다. 폰트 깔고, 몇번이고 보면서 골랐는데, 이런. iBook에 깔린 포토샵은 5.0버젼이었고, 거기선 한글 입력이 안되었다. 이런 젠장. 그다음 버젼이 없나 찾고 찾았는데, 요즘 뜨는 버젼인 온통 7.0이었고, 이미지로 200메가가 넘는 크기. 다운을 받을래도 순서가 한참 밀렸다. 굼뜨는걸 보다 견딜수 없어 다시 고민. iBook에선 스틸사진만 뽑아갖고 VAIO에서 편집을 하자. 윈도용 폰트도 많이 있겠지뭐. 다시 웹써핑(또!) 산돌홈페이지에서 드디어 광수생각 60일 데모버젼을 다운받았고(맥용은 메뉴에만 있었다) 만족해하며 폰트를 깔았는데, 에그머니나 이게 뭐람. VAIO의 OS는 윈도2000이었는데, 못보던 시스템 패닉 화면이 떠버리는거다. 전원 스위치도 안먹고, 코드를 뽑아버리는수 밖에. 부랴부랴 재부팅하니 켜지긴 켜지길래 곧장 폰트를 언인스톨 했다만, 그이후 수시로 블루스크린의 악몽은 시작되었다. (윈도95때랑 화면이 좀 틀렸다) 업친데 겹친 격으로 학교 네트웍 불통!!! 아아, 이젠 내가 패닉상태가 되어버렸다. 저녁도 못먹고 하루종일 방안에 틀여박혀서 무언가를 하려했는데, 해놓은게 아무것도 없는데다, 만지는 것마다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다니. 내자신이 한심하고 답답하고 분통터져 견딜수가 없는거다. 그래, 포기하자. 그냥 가자. 가고자 맘먹고도 미련이 남아서 어슬프레 작업하던 스틸사진+자막을 마저 좀 해서 넘겨주었다. 주지아니한 것보다 못한 그것들을 말이다. 열쇠를 문밖 어디엔가 숨겨놓고 빠져나온다. 밤늦게 돌아와보니, 눈치없던 룸메는 유독 그날따라 방에 없었고, 웬 재수냐 싶어 TV를 켜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다. 웬걸,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하네. 분노를 가라앉히려 보려했는데 다보고나니 세시반이 넘어버린걸 깨닫자 화가 날려 그런다. (그래도 그 영화는 너무 슬프다) 덕분에 아침 늦게 일어나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출근해야 했고, 오전 중 쉴새없이 골골거리며 근무서다 열받는데 어제 일기나 써볼까해서 주절주절 적어본다. 어제의 내 태도에 문제가 없었을까. 글쎄, 원인을 돌이켜보면 꾸준히 나와 함께했고 내가 전권을 쥘수 있는 컴퓨팅 환경이 제공되었다면 하나도 문제될께 없는 것들이었다. 다만 내 시스템에 패닉이 생겼을때 좀더 빨리 조치를 취해야겠다. 내 스스로 패닉이 아니라며 쉴새없이 몰아세우는 경향이 있는데, 당시는 절박했을지 몰라도 돌이켜보면 항상 후회스럽다. 아니지, 성공했다면 그 쾌감은 달콤할지 모르겠으나, 어제와 같이 실패한 상황에서라면 정식적 육체적 타격이 너무 크다. 쉴때는 쉬어라, 상길아. 지나친 몰입은 금물이다. 네가 진정으로 승부를 걸어야하는 건 따로 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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