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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주간

손상길님께서 2002.2.18(월) 오후 4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9259 참으로 복잡스럽게 보냈습니다. 달력의 빨간날로는 토일월화수, 닷새나 연속으로 놀았다지요. 저는 다른 두 근무자의 도움으로 월화수, 이렇게 설날낀 황금같은 휴일을 챙길수 있었답니다. 매번, 매 명절때마다 멀리산다는 이유로 휴일을 꼬박꼬박 챙겨먹은 것 같습니다. 지난 추석때도 그랬던것 같은데. 다른 동료 두 분께 너무나 고맙단 말을 전하고 싶고, 저도 '저놈은 명절때마다 노네'하고 밑보이지 않게 열심히 할겁니다. 설날때 만날 사촌동생에게 영어사전을 사주었습니다. 얘가 올해 고등학교 들어가거든요. 제가 하도 영어땜에 고생을 하는지라 일찌감치 열심히 하라고, 영어에 흥미를 느끼게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콜린스 사전을 사주었죠. 신판이 나오면서 CD-ROM으로된 전자사전에 홀랜드오퍼스 영화가 담긴 VCD까지 선물용으로 참 좋더군요. 예전부터 사주어야겠다 마음먹었기에 망설임없이 샀는데, 막상 주고나니 졸업및 입학 선물로 괜찮은 선물이었을까 걱정도 됩니다. 저도 사실 고등학교때 그 사전을 가졌는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빠랏한 새거이지 않습니까. 이미 공은 내 손을 떠났고, 사촌동생이 영어 한번 제대로 해보리라 스스로 결심이 섰을때, 제가 준 사전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전 선물을 계기로 사촌동생들과 꽤나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고보면 그이전까진 거의 대화가 없었던것 같아요. 만날 시간이래봤자 명절때가 전부이고, 명절때라도 어이없는 TV프로에 이목을 뺏기기 마련이라 정말 얘기나눌 시간이 없었지요. 저나 걔들이 어렸을적엔 그래도 그러진 않았는데, 좀 크고 학교가고 하니깐 그런 서먹함 땜에 얘기를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러고, 세대차라는게 분명 있어서 공통의 화제거리를 찾는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서로 얘기가 통할꺼라곤 컴퓨터얘기, 좀더 들어가면 스타 얘기밖에 없더라구요. 세대간을 연결시켜주는 의사소통경로로 스타밖에 없다니! 답답한 노릇이었습니다. 제 사촌동생들은 시골 도시에서 삽니다. 그렇기에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그들에겐 전연 생소하게 받아들여질수 있다는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각종 신문이나 방송에서 떠들어대는 요즘 학생들의 모습, 이른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빡빡한 학원스케줄,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 엄청나게 쏟아붓는 사교육비, 한글보다 먼저 깨친다는 영어 열풍, 조기 유학 바람... 이런건 그들과 아무 상관없어 보였습니다. TV나 신문의 에듀섹션 따위에 나오는 얘기야말로 일부 극소수의 얘기일 따름입니다. 저는 그런걸보고 요즘 세대의 교육풍토는 이렇구나 생각하면 그뿐일수도 있겠지지요. 그치만 제 사촌동생 또래가, 시골도시에서 자녀들을 키워야하는 부모들이 그걸보면 무슨 생각, 아니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까요. 꼭 교육만이 문제가 아니겠지요. 도시주변부로 벗어날수록 문화적 박탈감은 심각합니다. 서울과 다른 도시간도 심각한데 도시와 시골의 차이는 오죽하겠습니까. 얼마전 사촌들이 우리집 근처에서 해리포터 영화를 보았다 합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게 그게 처음이었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첫영화라는 것에 일단 충격을 받았습니다만, 그걸 짐작조차 할수 없었던 내자신에게 더큰 충격을 주어야했습니다. 사촌동생들중 막내는 이제 초등 2가 됩니다. 이놈이 한참을 퍼즐버블 오락만 하더니, 어느순간 윈도우 그림판으로 그림을 그리더군요. 우리가 어릴적에 종이에다 하던 낙서 말입니다. 아, 격세지감 느끼지요. 근데 왜 이렇게 아쉬운 생각이 드는지. 윈도우에 끼여있는 그림판 프로그램은 그리 친절한 프로그램이 아니잖아요. 예전에, 그러니깐 고등학교 올라가는 애가 초등학교 다닐때 우리집 맥에서 KidPix란 프로그램을 갖고놀며 즐거워하던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선 그을때 쓰윽쓰윽 소리도 나고 탕탕 도장도 찍을수 있고 그러면서 놀았는데... 윈도우 그림판만 가지고도 집이며 산이며 훌륭한 작품을 그려내는걸 보니 대견스러웠습니다. 어릴적, 무언가를 그린다는 행위는 그토록 재미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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