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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길님께서 2002.1.29(화) 낮 12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9520 충동구매로 산 책이었다. 작년 말에 알라딘에서 대대적인 할인공세에 나섰섰는데, 그때 혹 해서 산거였다. 책방에서 책을 한번도 펴보지도 않았고, 그렇게 사고 싶던것도 아니었던, 사놓고보니 왜샀는지도 모르겠을 그런 책이었다. 난 이 책을 왜 골랐을까. 알게모르게 난 중앙아시아에 관심이 뻗혀있었다. 어릴적 보았던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 탐험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이집트나 사우디의 사막과는 또다른, 돌과 메마른 풀이 듬성듬성인 타클라마칸. 죽음의 사막이라던 고비... 그 아련한 기억들이 이 책을 통해 되살아났다. 북의 투르크와 위구르, 남의 티베트, 동의 중국(당), 서의 아랍이 뒤죽박죽 그러나 조화롭게 융화된 코스모폴리스,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삶은 둔황의 유물과 이야기를 통해 내게로 가깝게 다가왔고, 책을 다 읽은 지금 그것들은 아련한 동경으로 되돌려져야한다. 혼잡스러움. 번잡스런 시장. 서로 다른 문화가 공존하는 곳. 섞여있으되 섞이지 않고, 독특함을 유지하되 융합되어있는, 그러면서 고루 퍼져있는 혼란스러움. 나 개인의 행동은 획일화된 질서정연함을 극진히도 추구하면서도, 마음속 한구석엔 혼란스러움과 어지러움, 복잡함을 갈구하는 기운이 분명 존재한다. 그걸 무언가 살아서 펄떡펄떡 뛰는 생동감으로 바라고 있고 원하고 있다. 그렇기에 세계의 수도였다는 장안에도 서 보고 싶고, (이 책에는 안나오지만) 동서양의 교가라는 이스탄불에도 가보고 싶고, 이곳과 저곳을 이어주는 길, 떠남과 만남의 길에 막연한 동경심을 품고 있는거다. * * * 이책, p288. "유물이 손실된 원인은 전쟁만이 아니었다. 스타인과 같은 시기에 중앙아시아를 찾은 일본 탐험대 대장인 오타니 고즈이는 몇 년 뒤 재정적 어려움에 부딪치자 발굴품을 대부분 팔아버렸다. 그가 발굴한 사본들은 오늘날 여러 나라의 개인수집가와 공공시설에 분산되어있다." 그 오타니 콜렉션이 우리나라에 있단다. 국립중앙박물관, 당시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말이다. 용산에 새건물을 지으면서 중앙아시아관을 열 작정이라는데 지금껏 쳐박혀있던 유물들의 사진을 공개했다는 기사를 조선일보에서 보았었다. 그런데 오타니를 소개하는 걸 한겨레와 비교하면 참 재밌다. 조선일보에서는 "일본 교토 니시홍간지의 제 22대 사주 오타니 코즈이(1876~1948)"로 소개하면서 그 문단 끄트머리에 "약탈에 가까운 수집"이라고 적고 있다. (원문 : 바로보기) 반면 한겨레에는 "1910년대 일본의 악명높은 문화재 도굴꾼인 오타니"로 소개하고 있다. (원문 : 바로보기) 중앙이나 동아는 '오타니'로 검색하면 다이고로만 나온다. * * * 책 참 재밌게 잘 봤다. 잘 짜여진 10부작 다큐멘터리 보는 것 같았고 분명 소설은 아니면서 (둔황 유적의 문서에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있다) 소설같이 쉽게 읽힌다. 로마인이야기로 낯익은 김석희씨가 번역했고 이산출판사란 곳도 이제부터 요주의 대상에 넣어야겠다.

▼ 삼청교육대 | 손상길 ▲ TEST | 宗勳, 손상길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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