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일이다.
<20세기 한국의 야만 2>이란 책을 샀던 적이 있는데
근데 이 책 표지가 심하게 구겨진채로, 그러니깐 접혀 줄이 그인 채로
배송이 되어왔던거다. 이게 첫번째 실망이다.
알라딘에 항의해서 교환을 할까하다가 참았다.
돈없는 알라딘 도와주는 셈치고 말이다. -- 사실은 교환절차가 귀찮아서 관둔거다.
그렇게 그냥 봐오다가
2권을 채 읽지도 않았으면서
이번에 왕창 싸게 판다고하여 1권을 덜컥 사버렸다.
아, 근데 이게 어쩐 일이랴. 알라딘에서 2권을 보내버린 것이다.
이건 교환을 안할래야 안할수 없는 일.
심술이 나서 지금 읽던, 접힌 표지의 책을 반송하고
1권을 다시 받기로 맘을 먹었다. 책은 어차피 깨끗이 본거니깐.
편하게 골라서 편하게 책을 사보는 알라딘이었는데
이번 두번째 실망으로 인해 점수가 많이 깎였다.
음음.
- - -
이건 나에 대한 실망이다.
요즈음 알라딘에선 겨울 특집인가 하는 걸로
분야별 책을 35% 싸게 파는 행사가 있다.
인문사회분야 책이 있길래 그냥 한번 둘러본건데
할인율에, 포인트점수에 눈이 돌아가버린게 실수였다.
아무리 그래도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한번은 보고 사야하는건데
그 철칙을 지키지 못했던거다.
싸게판다는 150여권의 리스트를 쭈욱 다 살펴보았고
그중 한때 사보고 싶었던 생각을 조금이나마 해봤던걸 책바구니에 옮겨담았다.
그중 고르고 골랐는데 자꾸만 처음보는 책들에게도 눈길이 가는거다.
싼맛에, 그 싸다는 유혹에 넘어가버려
별 생각없이 구매해버린거다. 예전부터 봐오던 책은 오히려 빼구 말이다.
불필요한 책을 샀다는 기분을 지울수가 없다. 찜찜하다.
자꾸만 알라딘에 (기획행사에) 속았다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아프다.
또하나. 이우일씨가 그렸다는 달력을 샀는데
이우일은 요즘 내가 광적으로 좋아하는 인물아닌가.
아무런 고민없이 주문버튼을 눌렀는데, 것두 두개씩이나,
이거이거 큰 실수한거다.
일반 상점에서 달력 그림을 실제로 보고 샀으면 결코 그러지 않았을꺼다.
대단한 기대를 갖고 도착한 달력을 뜯어보았는데
탁상달력인줄 알았것만 벽에 거는 거라 한편 놀랐고 (그것조차 몰랐다)
달력 안을 들여다보고 또한번 놀랬다. 그리스로마신화 달력이란거에 알아봤어야했어.
개인적으로 패닉 2집앨범 자켓 디자인 스타일을 선호하는데
달력에 그려진 그림은 마티스가 그렸다면 또 모를까.
이우일씨가 그렸다는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랑은 거리가 멀었다.
어떻하나. 눈물을 머금고 하나는 반환하자고 맘먹었다.
큼지막한 박스로 배달된 달력과 책을 끌러보며
잘못 배달된 책과 잘못 산것같은 책, 값비싼 달력에 얼마나 실망을 했던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열어보던 책박스에
이렇게 실망해보긴 처음이었다.
갑자기 인터넷 서점에 회의감이 들면서.
나의 소비생활에 죄책감마저 들면서.
잉잉잉 슬프다.
손상길님께서 2001.12.12(수) 오전 10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3140
책이 왔다.
교환을 신청하니깐 새책을 다음날로 바로 보내준다.
불투명한 주소지 땜에 반납할 책은 나중에 보내겠다고 말하긴 했으나
주고받는 교환인데, 줄껀 안주고 받을것만 받으니깐 기분이 묘하다.
이러다 내가 잠적이라도 하면 어쩔려고 그러는가.
나를, 고객을 충분히 믿어주는 것 같아 기분 좋은건 사실인데
이렇게 사람을 덥썩덥썩 믿어서야 어떻게 장사를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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