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로부터는 서양미술사가 잊지 못할 은덕을 입은 게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캔버스천의 활용이다. 동방과 해상 무역이 활발했고 조선업이 무척 발달했던 이 도시에서 화가들이 나무 패널보다 돛을 만드는 데 쓰이는 캔버스천을 점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이었다. 이는 골드 러시때 미국인들이 포장마차의 천으로 옷을 해 입은 게 오늘날의 블루 진으로 발달한 것과 유사한 것이다. 그 전까지는 나무 패널 외에 천으로는 비단과 아마포가 주로 쓰였지만 이것들은 보존이 어려워 결국 오늘날 남아 있는 작품이 많지 않다. -- 이주헌,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1, pp72-74

반 아이크는 유화의 창시자로도 유명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가 유화를 창시했다기보다는 기왕의 유채 기법을 오늘날의 그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그 잠재력을 고도화했다고 하는 것이 옳다. 유채 기법은 이미 8세기부터 돌과 유리에 채색하기 위해 존재해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 같은 책, p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