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길님께서 2001.9.21(금) 낮 1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11222
동아리방을 옮긴단다.
학교운동장을 바라보는 잔디밭을 차지한 새 학생회관 건물에.
오늘 이사를 한다던데... 가봐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다.
옛동아리방을 떠나는 아쉬움의 회합은 어제로 지난듯하고.
새로운방을 맞이하는 기쁨은 오늘 누릴것 같지도 않다.
마음만은 항상 그쪽으로 향해있는데.
공중에 붕떠버린 내 입장은
제집드나들듯 가까웠던 동아리방마저 들어가기 쭈뼛하게 만든다.
그래도 내가 쓸고 닦던 방이었는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텐데, 한번쯤 가봐야되는거 아닐지.
당연히 두말않고 가봐야할것 같은데
난 왜이리도 망설이는지. 망설여지는지.
두겹으로 발라진 벽지와, 역시 두겹으로 깔려있는 장판과, 두텁게 발라진 외벽 페인트들.
그것들을 벗겨내면 확인히 드러날... 그때의 추억을 혼자 감내할 자신이 없거든.
동아리방안서 딩구는 꼬질꼬질한 물건들. 책들이며 테이프며, 예전의 그 기록들.
그것들을 어찌 옳은 정신으로 바라볼수 있단 말인가.
난 자신이 없다. 너무 슬퍼서 자신이 없다.
행여 그런 것들이 치워질까봐 버려질까봐... 그게 지워질까봐
무서운거다. 무서워서 이사하는 후배들을 볼 낯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