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길님께서 2001.8.8(수) 낮 2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8636
난 본드를 좋아한다.
하아~ 하아~ 냄새맡고 뿅간단 말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뭐 만들고 만지작 거리는걸 좋아하여
본드, 즉 뭐랑 뭐랑 붙이는게 있으면 무엇이든 좋아하였다.
그래서였을꺼다.
오래토록 글루건--총모양이고 실리콘같은걸 녹여서 붙이는--을
그렇게 갖고싶어 했었다.
좀처럼 기회가 안닿았는데, 희정이꺼 화병에 물이 센다는 말을 듣고
아 글루건이면 되겠구나 다른거 생각않고 그냥 사버렸다.
사놓고 혼자 좋아서 헤헤 거리며 흐뭇했었는데
역시 좀처럼 기회가 안닿아 아직 실전에 사용을 못해온 터였다.
백미러 유리판이 떨어져나간 엽기적 사고가 있은후
이거이거 붙이는데 쓰면 되겠다고 얼마나 벼러왔는가.
오늘에야 전원을 꼽고 글루건을 움켜쥔다. -- 파지한다.
(사실은 전에도 한번 썼던 적은 있었다. 그때도 실패했다.)
(희정이 머리핀 고칠때 말야. 그거 어쩌나.)
아아... 오공 글루건이여.
오공이란 상표를 보고 믿고 샀건만... 역시 중국제 OEM이라 그런건가.
좀처럼 붙질 않는다. 글루건 끝에서 녹은 실리콘은 나오자마자 굳어버리고.
그나마 사용하지 않을땐 실리콘이 끄트머리에서 질질 세고 만다.
접착면에 갖다대고 짜낸다음 글루건을 뗄때면 실리콘이 쭈욱 늘어져서
무슨 거미줄에 얽힌 마냥 너저분해진다. 떼낼수가 없다.
이런 아무짝에 쓸모없는 녀석 같으니라구.
오늘 작업. 완전 실패.
처음 만져보는 공작도구인데, 이거 정말 한껀하는 물건이다.
고무찰흙처럼 생겼다. 길쭉하게 생긴 김밥모양.
겉은 회색, 속심은 짙은 회색.
필요한 만큼만 칼로 썰어서 겉과 속을 잘 주물러 섞으면
그야말로 고무찰흙이 되어버린다.
손잡이를 만들어 칠을 할수도 있고,
액자를 걸때 못을 더이상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물이 새는 배관에도, 자동차 수리에도,
수영장 타일을 붙일때도 걱정 없습니다.
잠깐~! 또 있습니다.
병 두개를 붙여놓고 차력시범을 보일때도 사용하실수 있습니다. ^_^
원하는 모양을 주물떡거려서 만들거나 틈새를 '메꾸거'나 할때
쓰면 되는데, 찰흙같은 질감과 촉감이 어렸을적 갖고 놀던 기분난다.
그러다 어느순간 갑자기 뜨거운 열을 내면서 굳어버리는데,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타이밍이 꽤 중요할꺼 같은데,
한참 쪼물딱거리다가 가만두니 굳어지는 걸로 보아... 그저 신기할 따름이라니깐.
거금 6600원.
닭잡는데 소잡는 칼 쓰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분한 투자였는데,
새로운 툴을 써봤다는데 무한희열을 느낀다.
근데, 희정이 머리핀은 못고쳤다. 천하의 메꾸미도 머리핀 틈은 못메꾸더라. 잉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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