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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bye, my pen

모두 3개의 글이 있습니다. 토론기간: 2002.8.6 ~ 2002.11.1(약 3달동안)

손상길님께서 2002.8.6(화) 오전 11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15067 지난 2년간 내 다이어리와 늘 함께하던 my pen이 오늘 2002.8.3 그 운명을 달리하였다. 선의 선명도가 현격히 떨어지면서 날 불안케한 시간은 10여초, 글자수론 20자 내외도 되지않았는데, 이내 나의 마음은 절망감으로 바뀌었다. 종이만 눌려질뿐, 더이상 펜끝에서 선이 나오지 않았다. ZEBRA Jell point, 제품번호 JJS2, 극세 0.4로 적힌 녀석이다. 당시 1000원 이상을 호가하던 값비싼 놈이다. 부산대 앞 문구점에서 샀었고 그 놀라운 제품성능에 만족한 난, 이후 집에 내려갈때마다 문구점을 이잡듯 뒤졌으나 같은 제품을 찾아낼수 없었다. 지금 가진 이 펜이 수명을 다하면 어떻하지 이후를 대비하여 무수히 많은 펜을 시도해봤으나 모조리 실패해온 바다. 이제 정말 어떻해야하나. 어떻게보면 그저 평범한 모양, 학생들 필통속에 고이 잠자고 있어야할 튀지않는 디자인. 양복 왼쪽 주머니에 꽂여있으면서 서명할때나 잠깐 쓰는, 그러니까 만년 넘게 쓸수 있다는 만년필과는 거리가 멀다. 좀더 뽀대가 나면 더 좋았으련만, 어쨌든 이 평범한 펜은 내 다이어리 옆에 꽂혀서 내 역사의 기록에 줄곧 선봉장이 되곤 했다. 이펜의 중요한 디자인적 특성은 몸통이 적당히 불룩하다는 점이다. 그래야만이 다이어리 펜꽂이에 쏙 들어가 헐겁지도 꽉끼지도 않으면서 제 위치를 유지할수 있는데, my pen은 그 자리에 꼭 들어맞았다. 또하나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가늘어야 한다는것, 최소 0.5mm 미만. 똑같은 모양의 펜이 시중에 나와있긴 한데 0.7mm 짜리다. 그리고 수성펜이어야 한다는 것. 즉 선을 그을때 그 굵기와 선명도는 항상 일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모든걸 my pen은 충족시켜주었고, 지금껏 난 무언가를 쓰는 행위에 만족해가며 지내왔던 것이다. 처음엔 탈도 많았다. 모든 조건이 적절했음에도, 볼이 너무 쉽게 빠지는거다. 처음엔 0.37인가 0.38mm의 볼이어서 무수히도 볼이 빠졌었고, 그 조그만 볼을 찾아내어 다시 끼워넣고 쓰는 엽기플레이도 수차례였다. 값비싼 펜임에도 몇번을 버리고 또 사고 해야했고 그러길 몇차례, 본체 색상이 약간 어두어지며 0.4mm로 재탄생되더니 그때 한번 사서 지금껏 아무탈없이 잉크밑둥 끝까지 말끔히 써버린거다. 아까 언급했듯이 이젠 0.7mm만 진열되어있고, 예전의 육중한 몸매에 날렵한 솜씨는 다시금 볼수없다. 이젠 떠나보내야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책이 있는 법. 몇번의 후보선수들 중에 한자루를 골라 다이어리 펜대에 끼워야할 것이다. 펜의 수명이 다했다고 다이어리 기록을 멈출순 없으니. 마음에 드는 후보가 하나 있는데, 계속 맘에 들어했으면 한다. 지난 펜에 보인 과도한 집착도 사실은 정이 들어서였으니, 새식구에게도 조금씩 정을 들이면 되겠지. Goodbye, my pen. 너와 함께한 시간은 나에겐 즐거움이었단다. 당분간 내책상 서랍안에 있을거 같다만, 무심결에 쓰레기통 속으로 쓰레기 더미 사이로 흘러들어가게 될진 모르겠구나. 그전에 너에게 작별인사를 해주고 싶었어. 손상길님께서 2002.8.6(화) 오전 11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4305 RE: 펜에 대한 집착 난 펜 선택에 무척 까탈스럽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 했거늘, 난 평생 졸필과 졸작을 벗어나기 힘들어보인다. 다이어리엔 0.5mm 미만의 가는 펜으로 써야한다. 요즘 들고다니는 별도의 잡문노트에는 0.5mm 정도의 펜이 적당하다. 둘다 수성펜이어야함은 물론이다. 공부하면서는 아무래도 샤프가 좋은데, 제도샤프 이상을 보지못했다. 주머니 걸쇠를 떼어내 버린것이 손이 덜아프고 좋다. 근무하면서 기록부에는 모나미 플러스펜만 쓰는데, 이건 별 이유없이 이게 젤 많으니깐 쓰는거다. 특정구간에 내 서명이 들어가야 할 자리는 종훈이가 준 동경대 볼펜으로만 쓰고있다. 이 펜은 내 군복 왼쪽 주머니에 항상 꼽혀있다. 아무의미없는 내용을 채워넣는 자리엔 모나미 153으로 즐겨쓴다. 군대와서 느낀건데, 의미없는 기록부에나 사용되는 갱지--일명 똥종이에는 153볼펜이 단연 최고다. 똥종이에만 쓰면 볼펜똥이 좀처럼 생기지 않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렇게 역할이 다른 펜들은 제위치에서 제각각 활동하고있다. 제것이 아닌 자리에 다른 펜으로 쓸라치면 왠지 모르게 어색하고 꺼려지는거다. 어떻냐면 이번 단어공부를 하면서는 중요단어에 연두색 색연필만을 사용하였다. 예전 학부때 물리화학책에는 붉은색 색연필만 썼었고, 무기화학 책에는 파란색 색연필로만 표시했었다. 그러면서 책전체에 대한 통일성을 맞춰나가는거다. 통일성, 일관성, 안정감, 경직성, 완고함. 예전엔 나름대로 미덕을 찾아 추구하였던 덕목이었지만, 요즘엔 제발 벗어나고픈 하지만 벗어나기 힘든게 이들이다. 특히나 이런 펜을 고르는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뭐하나 바꾸기란 나에겐 그저 쉽지않은 문제다. 손상길님께서 2002.11.1(금) 오후 4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4218 RE: Hello, my pen 이 멋진 소식을 여기에 공표안했다니. ZEBRA Jell point, 제품번호 JJS2 : Sdot(구, 대전문구센터) 3층 구석진 곳에서 발견하고는 아낌없이 5자루나 사버렸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 약간 늘어난듯한 다이어리 펜꽂이에도 정확히 꼭 맞는듯 빠지지 않는다. 필기감 최고, 상쾌함 최고조이다. 아, 펜에 대해서만 그렇단 말이다. 이 글의 링크 및 트랙백: http://www.zannavi.com/blog/1/923 트랙백을 위 링크로 보내면 이곳에 댓글로 남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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