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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얘기

모두 3개의 글이 있습니다. 토론기간: 2002.7.16(하루동안)

손상길님께서 2002.7.16(화) 새벽 0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16497 월드컵도 끝났고, 히딩크도 갔다. 그치만 꿈은 이루어진다고 K리그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니, 이런 기회를 틈타 나와 관련된 축구얘기나 좀 해야겠다. 이 얘기는 남에게 단한번도 얘기한적도 없고, 얼굴 맞대고 얘기할 일도 없을께다. 난 참말로 아둔한 운동신경을 갖고 있다. 어릴적부터 맨날 방콕해서 호작질하는걸 좋아하다보니 밖에서 뛰어다니지 못한 탓이 크다. 하기싫어서 안나가던게 점차 못해서 못나가는걸로 바뀌면서 나와 운동은 점점 멀어져갔고, 지금껏 운동을 하는것도 보는것도 담쌓아오며 지내왔던 나다. 모든 운동-특히나 단체운동-엔 젬병이고 변변한 스포츠선수 이름도 잘 모른다. 그렇기에 내가 운동에 관한 얘기를 하는건 안어울리기도 하거니와 무척 쑥스럽기까지하다. 그치만 어쩌겠는가. 축구붐이 사그러들기전에 은근슬쩍 이야기를 흘려야겠다. 의외일지 모르겠으나 난 어릴적에 프로축구 서포터즈였다. 대우로얄즈 어린이 축구 회원이었는데 요새말로 서포터즈지 뭐. 우리 부모님 열성도 대단하신게, 나 어릴적 프로스포츠 회원엔 한번씩 다 경험해보았다. 프로야구 원년에 OB베어스, 그 다음해엔 프로축구 대우 로얄즈. 축구회원이 되니 싸인공도 받았고 왕관 모양 로고가 새겨진 빨갛고 긴 롤백을 받았던게 기억에 남는다. 선수는 누가누구였는지 도통 기억에 없다. 갈기머리 김주성이 그때 있었나, 없음 말고. 축구장에 한번 가봤을까 역시 오리무중이다. 월드컵 이전의 프로축구리그 마냥 그당시도 축구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고, 내기억에도 남아있는게 몇개 없다. 대신 어린시절 축구얘기를 하자면 차범근 축구교실을 빼놓을수가 없다. 지금의 내모습을 감안할때 차범근한테 축구를 배웠다는 사실은 대단하지 않은가. 허허허. 멤버에 발탁되어 몇개월간 훈련받고 그런건 물론 아니라, 단하루, 대스타 차범근 얼굴보러 공설운동장에 갔던것이다. 구름떼처럼 앉은 내또래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이 참가했더랬다. 그애들을 모아놓고 뭘했을까. 축구 발전과 미래? 축구 전략과 전술? 뭘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이론수업이 있었던것 같다. 이윽고 실습시간. 그 수많은 사람들과 무슨 공차기를 한단말가. 그 축구교실의 실습이란 다름아닌 '헤딩', 머리받기였다. 아이들이 한줄로 쭈욱 서있고, 차범근이 공을 던져주면 한번 헤딩하고. 음, 그걸로 끝. 그거 함 하는데도 어찌나 조마조마 했던지. 근데 여기서 결정적 실수를 해버린게 있으니. 세상에서 가장 멋진 헤딩슛을 쏠꺼야 잔뜩 기대에 부풀었는데, 폼잡고 그라운드에 서니 공 던져주는 사람이 분데스리가의 갈색폭격기 차범근이 아닌거다. 사람이 워낙 많았으니 차범근 혼자선 감당하기 힘들꺼 아닌가. 내가 선 줄은 차범근이 던져주는 줄이 아니라 또다른 코치가 던져주는 줄이었던 것이다. 그걸 깨달았을때의 허망함이란... 난 무척 어렸단 말야. 그때 차범근이 던져주는 공을 헤딩했다면, 지금의 내모습에서 조금은 달라져있을지도 모를일이다. 내가 스포츠에 취미도 없고 소질도 없다고 운동을 전연 안했던건 아니다. 초등학교때도 그랬고, 중학교때도 그랬고, 그땐 누구나 그랬듯이 점심시간엔 항상 축구였다. 나도 예외없이 뙤양볕에 공을 쫓아 뛰어다녔더랬다. 그때 그시간엔 학교 전체 아이들이 나와놀았어야 하므로 운동장을 반 딱 쪼개서 골대하나만 사용하는 시합을 했었다. 포지션은 공격/수비로 갈라서 공격하는 사람은 내내 공격만 하고, 수비보는 사람은 내도록 수비만 보는거였다. 누가 공격을 하고 누가 수비를 하는지 강제성은 없었다. 여기서 잠깐, 사람들은 참 요상한 편견이 있는데, 축구선수들을 보면서 잘하는 애들은 공격시키고 못하는 애들은 못하니깐 수비만 시킨다는 생각을 알게모르게 갖고있는듯 하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수비수들이 탄탄한 조직력을 보여준덕에 그런 편견은 많이 씻겨간듯 하지만... 그거, 동네축구에선 맞는 얘기다. 못하는 애들은 수비만 봐야한다. 왜? 못하니깐. 나? 수비만 봤다. 맨날 애들 공몰고 오는거 발로 막고 몸으로 막고 그러다가, 나에게도 볕뜰날이 생겼다. 수비만 보는 팀에게도 기회는 있었는데, 공을 뺏아서 제친 다음 반대편 골대까지 몰고가 골문으로 넣으면, 그 나름대로 골이 인정되는 것이다. 공격해 들어오는 공을 어째어째 막다가 툭 튀어나온 공을 내가 따내게 되었고, 현란한(?) 드리블로 질주해 나갔다. 내 뒤로 한명 두명, 수명이 나를 쫓아 달려왔으며, 난 그들보다 앞선 채로 공을 몰고가는 순간이었다. 만년 수비수가 이런 적이 또 있겠는가. 게다가 저쪽 골문엔 골키퍼로 없는데. 내 생애 첫골이 실현되는 순간. 에그머니나, 다리에 맥이 탁 풀리더니 제발에 제가 꼬여 앞으로 고꾸라지고 만것이다. 공! 공! 요행히 앞으로 굴러가긴 한데, 왜 야속하게도 옆으로 휘어져만 가는거냐구... 그렇게 얼굴이며 온몸에 흙범벅이 된채로 내 첫골은 날아가버렸다. 그때 그 골이 들어갔다면,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나게 될줄 누가 알리오. 고등학교, 대학교선 다행히 운동 안해도 용서되는 분위기였다. 아 근디 군대란걸 들어가게되니 피할길 없이 막다른 골목인 것이다. 드디어 세상에서 젤 재미없다는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가 시작된다. 예전에 있던 부대는 4개조로 나뉘어 번갈아 근무서며 24시간 운영되는 곳이었는데, 한개조는 딱 축구하기 좋은 인원수로 움직였다. 근무마치고 짬짬이 시간에 밤엔 물론 자고, 낮엔 뭘하느냐. 바로 축구다. 인원수도 아슬아슬하게 맞아서 빠질수도 없거니와, 영외자 vs 영내자, 관제대대 vs 지원대대... 이렇게라도 붙게되면 전투적 분위기 속에서 도무지 빠질 재간이 없게 된다. 축구만 하고 살아온 듯한 그들을 뚫고 드리블할 재간이 내겐 없었고, 난 붙박이 수비수를 맡는다고 자원했다. 초딩 중딩간 갈고 닦은 풍월이 있는지라 난 나름대로 인정을 받게되었다. 공몰고 들어오기만 하면 내가 하도 귀찮게 물고늘어지는지라, 상대공격은 치를 떨었고 우리편은 잘한다고 계속 수비만 시켰다. (이런!) 몸을 사리지않는 태클에 상대방도 여럿 몸버렸는데, 한번은 내쪽으로 공격해 오는 한명이 나랑 맞붙다가 접질러서 기브스까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내느낌엔 내발에 안걸렸었는데 사람들은 내 악착같은 수비에 걸려 발부러뜨렸다고 혀를 내둘렀었지. 마치 지단이 부상당한게 김남일 때문이라고 그러듯이 말야, 헐헐. 그때 다리 부러진 선배장교분 미안해요. 우짰든 또한번 기회는 찾아오고야 말았으니... 수비를 보다가 공을 따내게 되었고 기분이다 몰아볼까 달리다보니 하프라인 꽤 깊숙이 넘어오게 되어버린거다. 또 고꾸라 넘어지던 어쩌던 내 발끝으로 해결해야할 상황. 때마침 우리편 최전방 공격수 두완이형이 보였고, 아니지 사실은 무조건 앞으로만 차자는 생각에 공을 찍어 차올렸는데, 두완이 형도 뜨고 골키퍼도 뜨고 그러는 와중에 공이 쑤욱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간거다. 으와~! 골! 골이예요! 내가 드디어 골을 넣다니. 사실 두완이형 머리끝에 맞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형이 내게 달려와서 상길! 정말 멋있었어... 그랬는데 이게 골인지 어시스트인지, 알게뭐람. 진위 여부는 내게 중요치 않다. 솔직히 따지고 싶지 않았던게 그때의 기분. 나의 최초의 골이자 어쩌면 유일한 골이 될지도 모를텐데 말이다. 그래, 내가 넣을걸로 하자. 그랬다. 여기까지가 내 머리속에 남아있는 축구에 관한 나의 에피소드들이다. 이젠 나이들어 조기축구회 등등에 가입하지 않는 이상 축구공 한번 굴려보기 힘들텐데. 지금 갖고있는 기억이나마 안잊어버릴려고 여기 기록으로 남긴다. 앞으론 축구얘기는 입밖에 내지 말아야지. 남들이 듣기싫어하는 얘기중 세번째가 아니던가. refugee님께서 2002.7.16(화) 새벽 1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3743 나는 재미있는걸? 너보다도 훠얼씬 운동과 거리가 먼 나로서도 말야. :) 김도현님께서 2002.7.16(화) 오전 11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3770 남들이 듣기 싫어하는 세번째 얘기라니... 요즘은 좋아하는 얘기로 바뀌었더만... 3위 축구 얘기 2위 꽃미남 얘기 1위 꽃미남이 축구하는 얘기...--; @축구라면 맨날 골키퍼만 보고 축구보다 축구유니폼에 관심 많은 사람...--; 이 글의 링크 및 트랙백: http://www.zannavi.com/blog/1/894 트랙백을 위 링크로 보내면 이곳에 댓글로 남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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