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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손상길님께서 2001.7.21(토) 밤 9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6802 그들이 돌아왔다. 4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나의 절친한 친구들. 겐조, 김도, 동진. 기분 여차해서 같이 술을 마시다. 이게 얼마만이려나. 방금 훈련마친 겐조, 얼마전 제대한 남민, 그리고 현역인 나. 많은 얘기가 오고갔고, 그 대부분은 군대얘기일수 밖에 없었겠지? 세명의 다른 갖가지 군대경험, 군사문화, 징병제/모병제에 관한 내기까지... 온갖 대화가 오고가는속에 떠들썩하게 즐기는 술한잔. 이게 얼마만이더냐. 이보다 더 즐거울수 있으랴. 어젯밤 무리한 근무로 양 머리끝이 빠개질듯 아팠건만 마음속까지 후련해지는 기분에 취해버리고 말았다. 그많은 대화 주제중에 내의식에 턱하니 걸리는게 있었는데 조직문화. 군대내의 상명하복식 위계질서에 관한 거였다. 난 다짜고짜 그런 조직은 싫다고 했다. 그리고 조직생활은 나에게 안맞는다고 실토한다. 다른 이는 현실에서도 엄연히 존재하며, 일처리에 있어서 조직질서란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화는 계속된다. 겉잡을수 없이 퍼져간다. 나는 너무나도 ideal한 세상을 부르짖고 있었다. 남민은 그건 어쩔수 없는일, 한국사회에선 피할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게 정말 싫었다. 어쩔수 없다니. 분명 부조리한 면을 공감하고 있으면서도 현실에선 어쩔수 없다는 그 낙담. 눈앞에 보여지는 병폐를 충분히 인식하고서도 실제 우리의 삶속에 그걸 송두리째 바꿔놓을수는 없다는 자괴감. 일단 있는 현실은 현실 그 자체로 바라보아야한다는 남민의 입장. 그렇지 않다고, 애써 현실을 외면하며 이상을 꿈꾸는 나. 나, 과연 이상을 꿈꾸긴 하는 걸까. 꿈꾸는 세상이 있긴 하는걸까. 단지 현실이 맘에 안든다고, 부조리한 현실이 나와는 안맞다고 순전히 도피하려는 생각이 아닐까. 아무 대책도 대안도 없는 도피. 현실도피... 내가 꿈꾸는건 고작 그게 아닐까. 그보다 더 괴로운건,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내 자신에 관해서다. 말로는 (그리고 생각으로는) 이상을 꿈꾼다 하지만, 정작 그 이상을 실현할 행동, 즉 실천이 단 하나도 없다는거다. 부조리에 관해서 눈뜨고, 인식하고, 바꾸자 고쳐야한다 말은 떠벌이지만 정작 내 자신이 할수 있는게 뭐가 있단 말인가. 말은 바른말이란답시고, 옳은 말, 그저 당연한 말만 지껄이는데 그건 아무 의미없는 공염불에 지나지않지 않는가. 조직생활이 싫다니. 그럼 조직을 떠나야지. 그럴순 없다. 불합리한 조직 병폐를 바꿔야지. 그만한 능력이 안된다. 난 결국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버리는건가. 사실 그렇지 않다. 사실을 말하자면 난 너무나도 체제순응적이라서 어떠한 곳에 떨궈줘도 잘 지낼수 있는 놀라운 적응력을 지닌다. 난 그런놈이다. 지금도... 나에게 주어진 현실에 내자신을 맞춰가며 잘 적응하고 있다. 아무도 날 체제불순자로 여기지 않는다. 심지어 나 조차도. 난 말과 행동이 따로 논다. 곧 뽀록 날것만 같다. 불안하다. 괴롭다. 토할것만 같다. 어젯밤 기분좋아 술은 진탕 먹었으되 다음날 속은 괜찮더라. 단지 어제의 대화가 기억에 남아 반문하고 반문하고 또 반문한다. 난 도대체 뭔가? 이 글의 링크 및 트랙백: http://www.zannavi.com/blog/1/145 트랙백을 위 링크로 보내면 이곳에 댓글로 남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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