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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어제 본 시사매거진 2580

손상길님께서 2001.11.26(월) 저녁 6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3150 그사람이 쓴책,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가 하도 인기가 좋다보니 2580에도 나오게 되는군. 책은 한번도 들여다본적은 없지만, 인터뷰 기사를 신문에서 본적이 있다. (역시나 조선일보더군 -_-) 거기서 고양이빌딩 사진도 보고... (진짜 고양이더만) 그 기사에 의하면 비서 한명을 뽑는데 엄청난 사람이 몰려 현 비서는 500대 1의 경쟁을 뚫고 들어왔다는군. 98년 추정치가 3만 5천여권이라... 책, 책수집, 독서광의 모델은 나에게 있어선 가까운데서 찾을수 있는데... 바로 우리 아부지다. 다찌바나 다카시는 예전에 사과박스를 애용했다고 전해오는데 우리집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우리집은 바나나박스를 이용했었지. 1년이 머다하고 이사를 가야했던 통에 책들이 그득히 담긴 바나나박스는 항상 이사시 주의대상품목 1호였다. 나중엔 바나나박스를 둘곳이 없어 할머니집, 그것도 아파트 옥상에 재어두어야 할 판이었으니... 바나나박스 겉면엔 매직으로 넘버링이 되어있었고 아버지 수첩엔 몇번에 무슨 책이 있는지 빼곡히 기록되어있었다. 그뿐인가. 아버지가 사신 책 뒤표지 안쪽에는 책 산 날짜, 산곳, 그 책이 소개된 기사 스크랩, 그리고 몇번째 책인지 번호가 적혀있다. 내가 본게 한 5000번쯤 되었고... 아버지 이런이런 책 있어요... 물어보았을때 박스를 뒤지고, 먼지를 툴툴 털어내며 건네주던 기억. 지금은 퇴직하신후 완전히 정착하셔서 방 한칸을 서재로 사용하신다. 모든 바나나박스를 풀고 오랜시간 잠들었던 책들은 세상 빛을 보게되었다. 틀림없이 당신의 오랜 바램이셨으리라. 한달에 한번꼴로 집에 들르게 되는데 그 서재에 들어가면 천정 높이의 책꽂이에 둘러쌓이게 되고 가득이나 메워진 책들이 뿜어내는 위압감에 눌려 아무책이나 손에 잡히는대로 들게된다. 하루밤 묵고 가는데 몇권이나 보겠냐만은 보던책 찍은책 몇권 가방에 찔러넣어도 보지만서도 아쉬운 감정은 사그러들지 않는다. 데간절 얼마나 시간이 주어져야 저 많은 책들을 다 볼수 있으랴. 과연 다 볼수 있을지 아님 저걸 다 보는게 얼마나 가치있을지 헤아릴순 없지만, 저 책들이 탐이 나는건 사실이다. 책... 뭔가 모으고 정리하는 수집벽은 유전받은것 같은데 항상 책을 끼고사는 독서벽은 왜 전수받지 못한건지. 책사는데 돈아끼지 말자고 그러면서 도대체 한달에 책사는데 얼마나 투자하는건지. 그렇게 사모은 책은 왜 안보고 내팽개쳐두는건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없다라고 말하기엔 부끄럽기 그지 짝이 없다. 책... 열심히 읽어제껴야한다. 마음의 양식이니 지식의 창고니 뭐든 좋다. 나같이 독서에 일천한 사람은 아무거나 읽어 버릇해야 할꺼다.

▼ 어제 본 시사매거진 2580 | 희정 ▲ 오늘밤은 | 손상길

이 글과 관련된 원글이 하나 있습니다. 어제 본 시사매거진 2580 | 희정 2001.11.26 RE: 어제 본 시사매거진 2580 | 손상길 200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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