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정이는 지난 일요일부터 외국인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중입니다.
별로 하는 일은 없고, 학부/대학원생 외국인과 어울려서 얘기나누고 그런다는데
그리 어려움없이 잘해나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저녁을 공짜로 주는데 (물론 처음 등록비가 있었지만)
굶고있을 나를 걱정해서인지... 오늘은 그냥 왔더랬습니다.
저녁이래봤자 부페를 가장한 햄버거라던데, 맛이 없어서 그런거겠지요.
저는 오늘부터 화학과 오리엔테이션이었습니다.
처음에 학과장으로 보이는 할아버지 교수가 환영인사를 하는데
고맙게도 또박또박 알아듣기 쉽게 말해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의 짧은 히어링으로는
그때그때 단어는 알아들어도
전체적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파악하는데에는 못미친다는 점이죠.
즉 알아듣는척 하면서 고개를 끄덕여도
다 듣고나면 뭔말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나는... 심각한 문제죠.
그래서 그다음 교수가 솰라솰라 말하는게
오히려 덜 힘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초부터 웅얼거리는 소리가 뭔소리인지 못알아듣겠던걸요.
칠판 글씨만 보고, 지금 뭐하는지 눈치나 살피고.
일단 이렇게라도 살아나가야만 합니다.
이번 신입생은 열몇명이 되는것 같은데
의외로 외국인이 몇 안되었습니다. 눈에 띄는 사람이
중국인 세명이랑 저가 되겠네요.
출신국가랑 학교랑 쭈욱 적은 쪽지를 봤는데
더더욱 제 눈에 띄는 건
같은 학교 출신, 그러니깐 Univ. of Kansas 출신은
단 한명이 있더라 이겁니다.
더군다나 또 놀랜건, 다들 그렇게 다른 곳에서 온 처음보는 친구들일텐데
잠깐의 휴식시간동안 뭘그리도 시끄럽게 떠들고 노는지 원.
쭈뼛쭈뼛, 어디 끼기는 민망하고, 마음이 편치가 않더군요.
내일은 시험보는 날입니다.
뭐 시작부터 이런걸 다 보다니.
다른 사람한테 물어봐도 다들 나몰라라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가급적 분위기 편승해야죠.
하긴, 집안 구석에 공부할 책이라곤 단 한권도 없습니다.
희정이만이 선견지명으로 가져온 Pine저 Organic Chemistry가 한권 두껍게 있을 뿐이죠.
저는 화학 전분야에 걸친 다섯 과목을 시험보는데
희정이 과에서는 다행이도 organic chem 단 한 과목만 본답니다.
다행이죠.
희정이에게도, 저에게도.
희정이에겐 공부할 교재가 하나라도 있어 좋고,
저에겐 아예 공부해볼 의욕을 상실케 해줬으니 말이죠.
언제부터 제가 이렇게 되었나 모르겠지만
상관없을겁니다. 그깟 시험 배째도.
다만 걱정인게, 모레있을 영어시험인데,
이 역시 제가 어떻게 해볼수 있는게 아닌지라.
단지 바쁜 시간 테이블에
제가 휩쓸려 움직이게끔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요번주, 다음주는 일정이 빡빡하게 있으니
일단 시작은 한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