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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석자 새기기

손상길님께서 2002.9.22(일) 저녁 6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9624 대형 거울 아래에는 의례 '어디어디 무슨장 아무개 증' 이런 글귀가 딸려있기 마련이다. 시계추 달린 괘종시계에도 보통은 누구누구가 줬다고 적혀있는게 다반사다. 상가집에 가보면 하루살이 국화꽃 밑둥엔 꼭 무슨 장 누구누구라고 밝히고 있다. 사람의 마음은 보이지 않고 어느 회사, 어느 직급의 누가 보냈는가가 도드라질 뿐이다. 하물며 수재의연금 낼때도 회사, 관공서, 단체 사람들 푼푼히 모아내는 거면서 누구 외 일동이라고 생색을 낸다. 참 안타깝다. 제 이름 석자 내세우는게 그리도 중요하단 말인가. 내세울께 별로 없으니 그런 기회라도 팍팍 강조할 필요가 있었겠지. 내가 여기서 하는 일이 그렇다보니 누가누가 무얼하고 어딜 방문하고 무얼 전달하고 이런 행사들을 수집, 정리하게 된다. 항목을 뽑을 때면 꼭 선임자가 누군지 파악해야하고, 선임자 계급, 성명 등 몇명... 이렇게 정리가 되어야만 한다. 하기사 육군같은데선 몇기냐 사관이냐 사후냐 출신 성분조차 꼭 따지던걸. 그런것에 집착하는 사람을 보면 맨먼저 짜증이 밀려오고, 한편으론 딱하기도 하더라. 자기 이름 석자 나가는게, 혹은 자기 상관 이름 석자 나가는게 그들에겐 중요한 의미임을 딱히 모르는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라도 이름을 올려놓으면 무언가 하는구나 칭송보단 뭐라도 하네 손가락질 받기가 일쑤일텐데 왜 그런걸 모를까. 아직도 조직장이 무언가를 하사하면 성은이 망극하여 감개무량 하옵니다 조아리는 그런 사회란 말인가. 이곳 사회는 틀림없이 그런 사회 같은데 이거 바뀌어야한다...라고 혼자 생각만 해본다. 내가 무슨 조직의 장에 서게 될지, 사실 자신도 없고 흥미도 없다. 어찌되었건 내가 자그마한 자리에 앉고 조직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다면, 그래서 조직 차원에서 정성을 표해야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건 조직의 이름으로 내걸어야 할 일이다. (조직? 좀 웃긴걸) "손상길 증" 내이름이 들어간 시계나 거울 따위는 주지도 않을꺼고, 다른 사람 이름 적힌것도 별 받고싶지 않다. 굳이 내 이름 석자가 들어가야 하는 곳을 꼽자면, 펜으로 직접 쓴 서명이 아닐까 한다. 이 글의 링크 및 트랙백: http://www.zannavi.com/blog/1/980 트랙백을 위 링크로 보내면 이곳에 댓글로 남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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