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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민지원

손상길님께서 2002.9.22(일) 저녁 6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9448 (저번 강릉 수해났을때 적은 글입니당) 때가 때이니 만큼, 거의 모든 부대에서 대민지원이란걸 나간다. 사람 손이 필요한 일감에서 중장비를 동원해야하는 지원까지. 항목은 다양하다. 벼세우기, 제방/도로 복구, 식수 지원, 의료지원 등등... 뙤양볕에서, 혹은 추적추적 아직도 비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 신발이고 옷이고 얼굴이고 땀방울섞인 진흙을 묻혀가며 자기아닌 타인을 위해 애쓰는 그들이 몹시 부럽다. 어두침침한 방안에서 전화통만 부여잡고 있는 내모습이 한없이 초라해지는건. 수재민을 도와주는 일 이전에, 수재민이 생겨선 안될 일이므로 수재민 지원 일을 바래선 아니됨이 마땅하다. 그치만 난, 지금의 온갖 스트레스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 난, 지금 당장이라도 강릉으로 뛰어가 삽질이라도 하고픈 심정이다. 생각해보자. 월드컵때의 애국심을 발휘하자고 독려하는 판국에 (뭐, 빨간모자 쓰자고?) 얼마나 많은 부대가 지원을 나갔겠는가. 일일히 무슨 부대에서 어디로 몇명 나갔다 받는것도 일이면 일인데 다행히, 그리고 당연히 그런 지원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처리를 해서 보내왔다. 허나 깐깐한거 좋아하는 우리들, 일일히 확인 한번 해보자고 우릴 독려한다. 말이면 단줄 아는가. 타 부서에서 작성한 문건을 믿지 못한다면, 일하는 분야에 따라 부서는 왜 나누고 왜 만들어놨는가. 재해재난통제본부는 왜 만들었고 사람들은 왜그리 모아놨는가. 각각 분야에 맞춰 일을 나누고, 총괄하는 부서에선 모두 모아 정리만 하면 되는것을. 한데 모아놓고 다시또 맞나 안맞나 확인하자 그러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각각 일을 맡겨두고 맡겨둔 일에 대해서 각각 책임을 지게 하면 되는거 아닌가. 게다 만에 하나 오차라도 있으면 총괄하는 우리에게만 다 덮어씌우니 이젠 미칠 지경이다. 왜 일을 이중 삼중으로, 쉬운 일도 어렵게 어렵게 일을 만들어서 하느냔 말이다. 일을 만들어서 하다보니깐 그렇게라도 해야 일하는 것 같고 그렇게 일안하면 오히려 허당이다 무책임하다 못마땅해하고. 도대체 왜들 이러는건지. 이미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문건을 멍하게 바라본뒤, 책상위에 한번 내던져도 본다. 그래갖고 분이 풀리나. 이걸 다 확인해? 말어?... 군말않고 확인하자니 무지막지한 비합리성에 동조하는 것같아 싫고, 안하고 넘어가려니 가당찮게도 직무유기가 되는지라 내키지도 않고. 이중삼중으로 같은 말을 되뇌일 예하부대 목소리 또한 달갑지만은 않다. 근데 정말 어이없는건... 내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사실은... 수십번의 전화질을 통해 다시금 정리하고 나면, 원래것과 틀린게 수두룩히 나온다는거다. 모든게 이런식이다. 모든걸 확신할수 없고 누군들 책임지지 않는다. 나도 나자신을, 내가 내놓은 결과를 믿을수가 없다. 내가 전화를 통해 받는 내용 또한 나름의 정리를 통해서 나온 것일테고, 그또한 직접가서 일일히 세어보지 않는 이상 결코 믿을수 없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두번세번 반복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 한번더 하는걸 어찌 비합리적이라고만 치부할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런 말은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거다. - "하나마나한 업무, 나하나 매달린다고 나아지나." - "꼼꼼히 챙겨봤자 나만 손해야." - "대충 하는 척하다가 다 했다 그러지." - "어차피 아무도 안보는데, 대충대충 적어." - "보고 올라오는거 다 엉터리예요, 누가 믿겠어요?" - "그건 제 책임이 아닙니다. 보고가 잘못된걸껍니다." 무의미한 업무, 피해의식, 근무태만, 허위작성, 상호불신, 결국은 발뺌하기. 진부한 레퍼토리들. 이 글의 링크 및 트랙백: http://www.zannavi.com/blog/1/979 트랙백을 위 링크로 보내면 이곳에 댓글로 남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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