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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왜그래요?

손상길님께서 2001.8.31(금) 밤 11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8722 아침에 충격발언을 듣다. 내 옆자리엔 밤에만 근무하는 하사가 있다. 두명이 번갈아가며 서는데, 한명은 조용히 공부하는 스타일이고... 한명이 좀... 그렇다. 근무시간 내도록 TV만 보는데, TV가 내자리랑 가깝다는 이유로 내자리 바싹 붙어서 그것만 본다. (아, 그때 영어 전화를 떠넘긴 친구가 이 친구다!) 내가 자리를 잠시라도 비우게되면, 내자리를 차지하고는 일어날줄 모른다. 사정이 그러하니 내가 내일 하나 뭘 할수가 없다. 일할때야 그렇다치고 짬짬히 단어공부라도 할새라치면 자꾸 쳐다보는것 같아 할수가 없다. 노트에 보드에 올릴 글이라도 쓸라치면 내 어깨너머로 자꾸만 힐끗거려 맘놓고 쓸수가 없는거다. 숨겨가며 써대면, 더 쳐다보는것 같았다. 뭐라 한마디는 해야겠는데, 그런말 하는거엔 워낙 익숙치 않고. 속으로만 분을 삭히며 하루하루 보냈다. 어제는 좀 심했다. 완전히 날 감시하는듯 주위를 맴돌며 희끗희끗 눈치를 보질않나. 밥안먹어요? 밥먹으러가요... 내가 알아서 할일을 지가 챙기질 않나. 오늘 뭔일 있어요? 뭔일도 없는데 왜그리 짜증을 내요... 라며 빈정대는데 정말 짜증이 났었다. 나도 한마디 거든다. 그래, 니가 보기에도 내가 짜증내는 것처럼 보이냐? 그럼요, 뭐든 긍정적이던 사람이 요즘들어 괜시리 짜증이 잦고그러니 무슨 문제있어요? 신변에 큰 변화가 있는거 아니예요? ... 그랬구나. 아차 싶었다. 날 안지 얼마 되지도 않은 친구가 나보고 변했단 말을 하다니 무언가 문제가 있음에 틀림없는거다. 사실이 그랬다. 난 요즘들어 스트레스가 부쩍 늘었고, 짜증이 잦았더랬다. 나를 옥죄우며 괴롭히는 불편부당함은 나날이 반복되는데, 이걸 풀진 못하고... 쌓아갈수 밖에 없으니 결국 사람이 변했다는 말까지 듣게 된거다. 그런 말을 듣고 나서야 한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다가갈수 있었다. 나의 짜증의 대상은 분명 그친구는 아니었다. 그 대상은 무형의 성질이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누적되어있다가 구체적 대상을 쫓아 그만 불똥이 튀었던 것이리라. 을지로에서 뺨맞고 종로에서 화풀이하는 꼴이라니. 그친구한텐 괜히 미안해졌다. 그가 진단을 내려준다. 잘모를땐 그냥 시키는대로 하는건데, 좀 알고나면 그거 정말 짜증나는거라며. 처방전도 내려준다. 진급할것도 아닌데 혼좀나면 어떻냐고, 그냥 되는대로 살으란다. 역시나. 군대는 짬이 우선이다. 세상 이치를 다 깨달은 듯 하지않는가. 이 글의 링크 및 트랙백: http://www.zannavi.com/blog/1/274 트랙백을 위 링크로 보내면 이곳에 댓글로 남게됩니다.

▼ 시간표를 짜다 | 손상길, 희정 5개 ▲ 20010903 | 손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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