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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를 짜다

모두 5개의 글이 있습니다. 토론기간: 2001.8.26 ~ 2001.8.31(엿새동안)

손상길님께서 2001.8.26(일) 밤 11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11590 내가 일하는 스타일은 한꺼번에 몰아서, 될때까지 붙잡고 하는거다. 한가지 일이 주어지면 그것만 죽자살자 매달리는거다. 안되면 될때까지, 밤이 새도록 될때까지 내 기력을 쏟아부으며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내 성이 찰때까지 하고서야 일을 끝내놓고야 만다. 그건 어쩔수없는 내 스타일이다. 이러한 벼락치기 전법으로 각종 시험을 치뤄왔고 각종 보고서며 세미나를 준비했으며 졸업논문마저도 그랬다. 만사가 그랬다. 작금의 사태는 내 스타일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나에겐 마땅히 주어진 일이 없는거다. 해야할 일은 있긴 한데, 그렇게 단기간내에 격파할 문제가 아닌듯 하다. 나에겐 조금씩, 꾸준히, 완만하게 해나가는 작업 스타일이 요구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스타일을 송두리채 바꿔놓아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께다. 그렇기에 해야할 일에 대한 강박관념은 항상 머리속에 맴돌뿐이고, 현실속에 와닿지 못하는건 그 이유다. 그동안 노력은 많이 했다. 두리뭉실한 계획을 구체화 시켜보고 오늘 하루는 이것만 하면 된다고 할당량도 주어져 봤지만 손에 잡히질 않는다. 여차하면 당장 하고 있는 일을 붙잡고 있기가 일쑤인거다. 제쳐둔 다른 일에 미련이 남아 집중도 안되고, 마음은 불안하고, 이룬 성과는 없고... 흘러가는 건 시간뿐이요, 늘어가는건 다급함뿐. 바꿔야한다. 훈련소 들어가자마자 계획된 시간표속에 난 놀라울 정도로 잘 적응했는데, 그건 외부의 강압과 통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거 아니었나. 그때가 그리울리 없겠지만, 나에게 필요한건 다름아닌 통제이고, 지금 내곁엔 내 스스로의 통제 밖에 없다. 꽉짜여진 시간표를 작성하였다. 시간대를 나누어 블럭을 만들었다. 10분단위로 시간을 구성했으나 5분단위로 행동하기로 한다. 하루 얼만큼 봐야한다는 할당량을 없앴다.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을때의 심적공황을 겪지않기 위해서다. 주어진 일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선 약간의 시간오바는 허용되었던 나였지만, 이젠 주어진 시간에만 충실하기로 한다. 몇시부터 몇시까지 무슨 일을 한다. 그시간엔 그일만 하고, 그시간이 지나면 덮는다. 이렇게 스타일을 바꾸는게 과연 바람직한건가. 알수없다. 예전의 스타일에 미련이 남는걸 부인할수 없기 때문. 몰아치기를 통해 나름의 완벽을 추구했고, 밤새는걸 밤먹듯하며 즐겼지 아니한가. 그런걸 나만의 개성, 특질이라 말할수 있는건지. 그렇담 나만의 것을 잃어버리는게 아닌지.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꽉짜여진 일정대로만 돌아가는 군대라는 틀속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결과가 아닐지.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렵기도하다. 중요한건, 이런 스타일의 변화가 내 일생에 플러스 요인이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아니면 그만 실패로 돌아서게 될런지... 다만 이순간 내가 할수있는 최선이라는 것. 지금 내삶을 되찾는 방법은 이 길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도전해본다. 9월 한달간. 꽉짜여진 시간표대로. 해보겠다. 손상길님께서 2001.8.28(화) 밤 10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4823 두꺼운 하드보드를 사려했는데... 없어서 스티로폴판대기... 한면에 색상입힌거. 그걸로 타협봤다. 그리고 3M에서 나온 "강력양면테이프"를 샀다. 이거이 또 내가 광분하며 좋아하는것 중 하나이다. 뒷면 용도 그림에 아예 메모판이 나와있구먼. 그리고 장구핀으로 불리우는... 압정같은 핀인데 손잡이가 달려있어 쉽게 꽂았다 빼었다 할수있는거. 것도 하나 샀다. 책상앞 벽면에 판대기를 붙이고 뭘 꽂아놓을까 둘러보다 모아놓은 몇몇 영화포스터(찌라시)를 꽂아본다. 앞으론 내가 필요한 정보며 자료를 모아놓는데 써야겠지만 일단은 꽉차보이는게... 그리고 전부터 하고싶었던걸 실행하고나니 한켠 뿌듯하다. 내마음 한구석엔 항상 너저분한 메모판을 동경했었다. 무언가 어지러이 꽂혀있는, 필요한 자료는 자기만이 찾을수 있는듯 복잡하고 다채롭고 정신없이 어지러운 공간을 필요로 한것이다. 메멘토의 주인공이 벽면에 붙였던 메모판은 내가 동경하는 메모판의 결정판이라 할수있겠다. 이제 꽉짜놓은 시간표를 보기좋게 그려서 붙이면 된다. 이건 낼모레나 가능할듯. 그래도 9월 이전엔 끝내야한다. 희정님께서 2001.8.28(화) 밤 11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4713 영화포스터라.. 그래서 전지현이 나온 엽기적인그녀 포스터를 그렇게 찾았던 것이로군.. 상길이 책상앞에 붙여놓으려구... 피이~~ 손상길님께서 2001.8.28(화) 밤 11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4702 없잖어~~~! 구해다줘잉~~~! 손상길님께서 2001.8.31(금) 밤 11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4765 꽉짜놓은 시간표를 메모판에 붙이다. 모눈종이마냥 가로세로줄이 좌악좌악 그어져있어 일단 보기엔 그럴싸해 보인다. 이제 한칸한칸마다 목표치와 실행치를 적어넣을건데 룸메이트 보기에 좀 민망스럽긴하다. 하지만 우짜겠나. 잘 살아보겠다는데. 문득, 대학 2학년때가 생각난다. 이 지지부진한 생활을 타파하고자 "우리도 한번 사람답게 살아보자" - 뭐 이런식의 문구를 커다랗게 써서 책상 머리맡에 붙였던 기억이 나는군. 아, 그러고보니 그때만해도 내가 가진 XT와 도트프린터로 그걸 출력했던거였다. 참말로 격세지감이군. 이 글의 링크 및 트랙백: http://www.zannavi.com/blog/1/253 트랙백을 위 링크로 보내면 이곳에 댓글로 남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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