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메일박스를 뒤져보는걸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때도 있었건만
기다림은 지쳐감으로 바뀌고, 지쳐감으로써 체념하며 무신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젠 아무것도 안와요. 메일함는 텅 비어있고, 이메일박스는 스팸만 꽉차있고.
언제부터인가 메일박스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안그래도 저는 가끔보던 해커스토플도 안본지 오래되었고.
내가 지원한 학교는 어떤지, 어떤 교수에 어떤 일들을 하는지 본적도 관심도 없어졌구요.
요즘은 맥사고나서 바쁘잖아요, 랩에서도 하는 일 없이 바쁘고말이죠.
애써 외면하려하지 않아도, 아무런 특별한 사항이 없으니 무신경할수 밖에 없더라구요.
하루종일 맥을 세팅하고---드디어 스타를 설치하고 무사히 동작함을 확인하는걸로
내자신을 완전히 소모시킨뒤... 짧게 메일을 쓰고 그냥 무덤덤하게 보냈습니다.
보낼지말지, KU에 갈지말지, 아니 유학을 가야할지말지
아무런 고민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아니 저에겐 고민할수 있는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다른 곳에선 아직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거든요.
저의 학점, 경력, 영어성적, 영어실제능력... 모든 점들을 통틀어 검토해볼때
전 아무런 가망성이 없는게 확실합니다.
더이상 기다릴수만은 없었거든요.
제 황당한 토플점수를 보지않고 어드미션을 날렸음에 틀림없는 KU에 오히려 감사해야하겠죠.
어디 한군데 붙은것도 어디랍니까, 저에겐 감지덕지라니깐요.
빨리 확답을 주지 못한게 오히려 미안할 따름입니다.
아, 그런 마음도 같이 메일에 적어 보냈어야하는건데... 메일이, 아니 영어가 워낙 짧다보니.
원서를 준비하고 꼼꼼히 살펴보며 벅찬 감정 설레임에 들떠있던 그때가
메일을 다 쓰고 보내고 나니 이제서야 그때가 떠오르네요.
돈아깝단 생각도 안들고, 어디든 쓰기만하면 다 붙을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했던 그때가 말이죠.
그걸 자만감이라고들 하지요.
하여간 그땐 무얼하던지 다 해낼수 있을것만 같았는데...
물론 영어점수가 내 마음대로 나오질 않았죠. 그때 벌써 정신차렸어야했는데.
아직까지도 외국사람만 만나면 쭈볏쭈볏 머뭇거리는 나란놈이
어떤 상태인지 진작에 깨달았어야하는데.
눈만 높아가지고... 돈아까운줄 모르고 그 많은 대학들에 원서를 밀어넣다뇨.
정말 땅을 치고 후회할 노릇입니다만, 어쨌든 제가 갈 학교를 정해습니다.
학교선정에 기쁜 마음보단 아쉬움이 많은 결정일수 밖에 없고
무엇보다도 여럿 초이스없이 아무런 고민도 아무런 갈등도 겪지않고 결정하게 되어
나란 놈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느낌과 더불어 그 충격에 못이겨
한동안은 멍청하니 지낼듯 합니다.
11개 대학중 4군데서 받았으니, 나머지 다른 곳에서도 리젝 확답을 받으면
그땐 더 비참해질까요? 아니, 그제서야 홀가분해질것 갈습니다.
어서 그런 날이 오기를... 그래서 마음의 짐을 좀 훌훌 털고 일어날수 있길.
손상길님께서 2003.4.2(수) 새벽 3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13561
진짜 많이 기다렸나보다.
메일 보내자마자... 바로 답장이 오는군.
준비해놓은 I-20을 보내준다고? 도대체 I-20이 뭐야? 난 바보인가?
난 단 한번도 Univ. of Kansas에 어떤 교수들이 있는지 어떤 연구를 하는지
제대로 들여다본적이 없는데... 과연 이래도 되는거야?
도대체 난 뭘 준비한거지? 내가 유학가는거 맞나? 내 허상이 유학가는거였나?
그 학교 과사무실 직원 이름이 Sonjia인데, 참으로 친절하고 다정다감해보인다.
진심으로 평화가 전세계 곳곳에 자리잡길 바란다던데,
그러게, 메일 끝마무리로 참 적절한데 난 왜 아무런 끝말을 쓰지 않았을까.
영어가 짧아서? 아님 관심이 없어서? 나란 놈은 반전운동 할 자격도 없다.
宗勳님께서 2003.4.2(수) 밤 11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13549
새로운 인생항로가 곧 펼쳐지겠구나...
미국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울수 있을거니 당연히 남아있는것보단 비교할수없이 메리트가 크겠지...
열심히 하자꾸나....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고, Kansas에서도 어드미션을 받아놨고,
더 많은 학교에서도 연락준다고 기다려보라고 하니깐
최대한의 기회를 확보해놓고 고를수 있는 여유가 지금까진 있는거거든.
결국엔 한군데만 갈꺼지만... 여러 군데 선택권이 있다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우.
사실 축하한다고 해야 하는 건지 망설였다. 그렇게 고대하던 유학의 꿈을 실현하게 되었는데, 정작 본인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아서 말이야. 좋은 학교 - 이름이 널리 알려진 학교가 좋은 학교라면 - 에서, 여러 군데에서 떡하니 어듬션을 받아서 행복한 고민을 했더라면 달랐을까?
"미국은 어느 학교에 가든지 비슷하고 모든 것은 다 자기 하기 나름이다!" 라고 얘기해주면서 용기를 복돋아 주고 싶은데, 그동안 상길이가 고생하면서 준비한 것을 보아왔는데... 나도 사실 그렇게 신이 나지 않네. 미안타. 상길.
그래, 어쩔 수 없는 속성의 나는, 상길이가 떡하니 좋은 곳에 보란 듯이 들어갔으면 했다.
그 렇 지 만, 상길!
이제부터 시작이지 아닐까? 미안한 얘기지만, 나약한 자괴감같은 것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지 싶다. 미국가서 공부하다보면, 지금의 그런 우울함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 시간에 영어공부 조금이라도 더 하자! 상길,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사실 나도 똑같은 상황이 된다면 똑같은 기분이 들겠지.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해도 좋다. 나는 용감하고 떳떳한 상길이의 모습을 보고싶다.
그동안, 수고많이 했고, 고생많았다. 그리고 아직 완전히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4월에도 어듬션이 오고, 외국인의 경우에는 5월까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구나. 우리 누나 보면 무려 1년뒤인 올해 가을학기로 오라고 어듬션이 오더군--;
유학을 2~3년 뒤에 갈 수 있는 나로서는 올매나 부러운지 모른다..T_T
캔사스라 하면 캔사스 로얄즈라는 야구단이...험..내가 알기로는 좀 가난한 구단이라고 하던데..우리 나라 선수도 엄따...건 좀 안타깝군...하지만~~!! 그런 기회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다는게 어데고~~!!!???
나중에 많은 노하우를 알려주기 바란당....ㅋㅋㅋ 그리고, 가끔 옷 싸게 사서 부치도...호호호...미국에 세일기간에는 옷이 드럽게 싸더라고...캔사스는 더 싸지 않을까???
강윤배님께서 2003.4.4(금) 새벽 1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13581
좋은 소식이네.
힘겹게 결정한 만큼 준비 잘 하고 가서도 좋은 결과 있겠지.
널 선택하지 않은 학교는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거야 ^^
보란듯이 잘 하길 바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