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길님께서 2008.11.27(목) 오전 11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23198
이제 14주째, 희정이의 아랫배는 놀라우리만치 쑥쑥 나오기 시작합니다.
13주~14주라면 임신 2단계에 접어든다는데,
희정이를 고생시키던 입덧도 줄고 먹고 싶은거 많이 먹어서
둥이도 둥이집도 쑥쑥 자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희정이 박사논문심사를 마치고 로렌스에 머무르고 있던 그때.
아침 일찍 나의 잠을 깨우며 등장하는 희정이, "양성이야 양성!"
임신테스트기에 선명하던 두줄. 양성인 즉 임신.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임신이었습니다.
희정이가 고생이 많았지요.
우리 둥이와 함께 논문심사를 다 받다니.
비록 그땐 몰랐었을 때지만,
홀몸 아닌 몸으로 준비하랴 긴장하랴 발표하랴
고생 참 많았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같이 있어야할 이순간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임신의 행복, 둥이를 향한 축복, 입덧의 고생, 새삶을 위한 준비, 출산의 두려움,
이 소중한 감정들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저는 캔자스, 희정이는 플로리다.
한달에 한번꼴로 겨우 만나는 상황.
속이 메슥거려도 아무것도 못해주지요.
헛구역질이 나올때도 곁에 있어주지 못하구요.
무언가 먹고 싶다는 찰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먹고싶은걸 대령해주는
(착한 아빠의 첫임무일) 그것도 해줄수가 없습니다.
그중 제일 가슴아픈 일은
멀리 떨어져있는 내가 마음 상할까봐
아파도 힘들어도 먹고싶은게 있어도
그저 아무 말도 않고 참고만 있는 희정이를
수화기 너머로 지켜만 볼때입니다.
2주일 전, 둥이의 심장소리를 들었습니다.
전 아기의 심장소리가 이렇게 빨리 뛸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둥둥둥둥둥둥둥둥... 둥이라는 태명과 어울리도록
커서 무슨 락커가 되려나 테크노 댄스를 추려나 싶더라니깐요.
그제서야 비로소 실감을 할수 있었습니다.
희정이 배속에 무언가가 있구나 새 생명이 숨쉬고 있구나.
배를 어루만져주며 한껏 기대감에 부풀지요.
초보 엄마·아빠, 이제 갈길이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