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때부터 나의 규칙적인 생활이 망가졌구나.
새벽 세시까지 술안먹고(!) 술자리에 끼여있질 않나...
밤새 마이티판에서 노닥거리질 않나...
새벽 한시가 넘도록 영화를 보질 않나...

딱 일주일 전, 지난주 금요일.
일주일 중 가장 기다리는 TV 프로인 '이제는 말할수 있다'
거기서도 인권운동사랑방의 서준식씨가 나왔었지.
차분히 하루를 정리하며 그걸 보려는 시각 10시 00분.
영한이가 왔다는 전화에 눈물을 머금고 먼길돌아 궁동까지 와야했어.
이번에 안나오면 호학과 친구들이 영영 낯설어질꺼라는 불안감과,
무엇보다도 영영 보기 힘들지도 모를 영한이가 왔다기에
TV에 미련은 남았지만 늦은시간임에도 뛰쳐나올수가 있었지.

영한, 김도, 이도, 성해, 영범, 현국 아저씨, 나중에 예비신랑 임혁형까지.
간만에 보는 친구들, 반가운 얼굴들.
영범이한테는 좀 미안했지만,
자연스레 얘기가 학부시절로 흘러갈수 밖에 없었는데...
참 신기한게 반수 가까웠던 화학과 여학생들이
이젠 학교에 한명도 안남아있다는 사실.
더듬어더듬어 누구는 뭐하더라 누구는 뭐한다더라... 다들 잘 살고 있군.

시간이 깊어짐에 따라 화제꺼리는 두 부류로 나뉘었는데,
갓 훈련소를 마친 이들의 군대얘기와 (어쩔수 없거든!)
군과 상관없는 이들의 얘기... 난 물론 후자에 끼여본다.
이야기꺼리는 난삽했지만, 결국 말하고자 했던거는 행복에 관한거였다.
무엇이 행복한 삶인가, 미래에 행복하게 살수 있을까...
얻고자하는 바, 추구하는 바는 그것이지만,
우리의 고민은 지금 이순간, 지금 난 행복한가...
해답없는 질문과 되풀이되는 한탄만을 털어놓는데 급급하다.

자신의 길을 찾아 방향타를 돌린 영한이.
(그는 박사중퇴후 변시에 투신, 1차합격후 2차시험을 치르고 그날 온거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키를 잡고 파도를 헤쳐나가는 이도.
외딴 무인도에 잠시 쉬며 나태해져가는 나.
어느 누구도 지금 행복하다 말할수 없었으며
어느 누구도 앞으로 행복할꺼라 자신할수 없었다.

그저 오늘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할뿐.
무인도에선 그런 일마저 없다.

# by 손상길 | 2001.8.17(금) 낮 2시 | 조회수:7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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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테고리 없는거 | 댓글 2개 ▶

그제부터였나. 컴이 버버벅거리더니
그제밤부터 먹통이 되어버렸다.
내 맥이 맛가버리면 쓸고 닦고 어루만져주며 다독거려주기나 하지.
이건 서버가 맛이 가버리면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넷스케이프로 접속, 텔넷 접속, ping, traceroute...
할수 있는 툴은 다 갖다써가며 뭐가 문제야? 한참 속을 애태운다.
30분을 마다하고 수시로 접속해보다가, 이제야 되는구나.

쩝. 자연과학동 네트웍 공사땜에 그랬단다.
우려하던 서버 크래쉬는 아니었다.
내 게시판이며, 글들이며, 모두 살아있다. 안도의 한숨.

# by 손상길 | 2001.8.10 ~ 2001.8.10 | 조회수:8860 | 댓글 2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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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20분 MBC.
매일 하는건지 금요일만 하는건진 모른다.
"지구조난자 마룬"이란 만화인데
자막에 내이름이 올라간다. "체킹 - 손상길"

나 아무것도 한거 없다.
체킹이 뭐하는건지도 모른다.
다만 내이름이 반갑더라.
내이름은 항상 뒤집어서만 불리운단 말이다. 길상이니 어쩌니하구.

# by 손상길 | 2001.8.10(금) 저녁 7시 | 조회수:7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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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테고리 없는거 | 댓글 1개 ▶

글쓰느라 저녁 타이밍을 놓쳤다.
점심도 못먹었는데.
아아, 어쩌나.

나 요즘 왜이러나.
뭐가 중요한지, 무엇의 priority가 높은지 간파해야 하거늘...

# by 손상길 | 2001.8.10 ~ 2001.8.10 | 조회수:7924 | 댓글 1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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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테고리 없는거 | 댓글 1개 ▶

난 본드를 좋아한다.
하아~ 하아~ 냄새맡고 뿅간단 말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뭐 만들고 만지작 거리는걸 좋아하여
본드, 즉 뭐랑 뭐랑 붙이는게 있으면 무엇이든 좋아하였다.

그래서였을꺼다.
오래토록 글루건--총모양이고 실리콘같은걸 녹여서 붙이는--을
그렇게 갖고싶어 했었다.
좀처럼 기회가 안닿았는데, 희정이꺼 화병에 물이 센다는 말을 듣고
아 글루건이면 되겠구나 다른거 생각않고 그냥 사버렸다.
사놓고 혼자 좋아서 헤헤 거리며 흐뭇했었는데
역시 좀처럼 기회가 안닿아 아직 실전에 사용을 못해온 터였다.

백미러 유리판이 떨어져나간 엽기적 사고가 있은후
이거이거 붙이는데 쓰면 되겠다고 얼마나 벼러왔는가.
오늘에야 전원을 꼽고 글루건을 움켜쥔다. -- 파지한다.
(사실은 전에도 한번 썼던 적은 있었다. 그때도 실패했다.)
(희정이 머리핀 고칠때 말야. 그거 어쩌나.)

아아... 오공 글루건이여.
오공이란 상표를 보고 믿고 샀건만... 역시 중국제 OEM이라 그런건가.
좀처럼 붙질 않는다. 글루건 끝에서 녹은 실리콘은 나오자마자 굳어버리고.
그나마 사용하지 않을땐 실리콘이 끄트머리에서 질질 세고 만다.
접착면에 갖다대고 짜낸다음 글루건을 뗄때면 실리콘이 쭈욱 늘어져서
무슨 거미줄에 얽힌 마냥 너저분해진다. 떼낼수가 없다.
이런 아무짝에 쓸모없는 녀석 같으니라구.
오늘 작업. 완전 실패.

마트가서 "믹스앤 픽스"나 파는지 알아봐야겠다.
요즘은 홈쇼핑에서 그거 광고 안하나?

# by 손상길 | 2001.8.8 ~ 2001.8.8 | 조회수:8587 | 댓글 1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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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테고리 없는거 | 댓글 1개 ▶

땀을 흘리고 싶다.
갑자기 드는 생각은 아니고,
요즈음의 지지부진한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선
온몸이 젖을듯이 화악 땀을 흘려봤으면 좋겠다.

그래봤던 경험이 언제였던가.
가뿐 숨을 깊숙히 들이마시며,
온몸의 땀과 열기가 하얀 연기로 뿜어져 나올 정도로
내 몸을 내던져버린 때가 언제였던가.
물론 그때가 그리울리 없겠지만
그때 흘린 땀이... 그때만큼의 땀을... 흘리고 싶다.

내일은 비가 개려나. 그렇담 달려야지.
달리고 싶다.

# by 손상길 | 2001.8.7 ~ 2001.8.7 | 조회수:7951 | 댓글 1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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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있다보면 어색한 용법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단어를 중심으로 몇개의 예를 들어보겠다.

• 구보(驅步) : 달리기란 좋은 우리말이 있다. 사전에선 특별히 군대에서 훈련으로서 하는 달리기를 일컫는단다. 훈련소에 처음 들어섰을때다. 매일 아침 구보에, 이동은 항상 구보로 이동하고, 매주 4km 구보가 있다기에 난 그저 걷는건줄만 알았었다. 실상을 알고선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당시는 세걸음 이상은 언제나 구보 이동이었다.
  
• 도수체조(徒手體操) : 맨손체조라고 하면 왜 안될까?
  
• 촉수엄금(觸手嚴禁) : 건드리지 마시오 되겠다. 우리가 말미잘이냐? 촉수라니...
  
• 입수보행(入手步行) : 주머니에 손넣고 다니는거... 하지말라고.
  
• 파지(把持) : 도통 못알아먹는 말이다. 그치만 활용은 다양하다. 왼손식판파지철저, 가방파지, 모자파지... 쓰임새를 알아먹겠는가? 꽉쥐다, 잡다라는 뜻.
  
• 체련(體鍊) : 운동이란 말은 절대 안쓴다. 체련활동, 체련복, 체련화...로 불리울 뿐이다. 그치만 높으신분 운동이라 함은 골프를 뜻한다. 근데도 비행단마다 있는 골프장은 운동장이라 하지 않고 체력단련장이라고 하는데, 체련은 그 줄인말이 아니련가.
  
• 취식물(取食物) : 정말 우스운 말인데도, 군바리는 이거에 목숨건다.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용어. 나도 첫 취식물을 동료들에게 뺏겼었는데, 그때만은 동료가 사람으로 안보이더라.
  
• 수입(?) : 가장 황당한 오염 용어이다. 어원은 영어의 sweep에서 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총기수입, 구두수입 등으로 활용되는데 여간해서 제대로 뜻을 알고 쓰는 사람이 없다.
  

# by 손상길 | 2001.8.8(수) 오전 10시 | 조회수:7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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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채널을 본의아니게 자주 보게되니
못볼껄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마치 주식 시세 마냥
골프회원권의 금일 시세 현황이 나오는걸 멍청히 바라본다.
그래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으니깐, 저런걸 해주겠지?

제일 싼게 1400. 변동은 거의 없던데, 오르내리는 폭은 50정도.
주문량은 거의 전무했다.
수도권지역껄 못봐서 증말로 아쉬운데
지방의 것도 10000, 20000은 훌쩍 넘어가는 것이 많았다.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화면 구석으로 돌리는 순간 놀래고 말았다.
단위가 만원... 만원이다.
아! SK텔레콤의 주식가가 우스워지는 순간.

골프가 대중의 운동이 되려면, 그 근처라도 가려면
대중의 연봉이 회원권 제일 싼거의 열배, 아니 그 두배, 그 근처라도 가야하는것 아닌가.

# by 손상길 | 2001.8.7(화) 밤 9시 | 조회수:7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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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이다. 내 짧은 군생활 중에 가장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예, OO 손중윕니다. 통신보안."
"야, 장교바꿔."

장교가 장교에게 장교를 바꾸라니. 누가 누구에게 누굴 바꾸란 얘기야.
육군 중령이라는데, 중령이면 다야.

"예, 전 손중위입니다. 저한테 말씀하십시오."
"니가 뭐 알어. 니 위에 바꾸란 말이야."

분하다. 모르는 내용이긴 한데, 내 담당이 아니기 때문.
그렇다고 담당자를 순순히 바꿔줄순 없었다.
그당시 우린 긴급 상황이 걸린때라 눈코뜰새 없이 바빴거든.
촌음을 다투는 순간에, 이런 뚱딴지같은 전화를 받을순 없는 노릇.
내용을 듣자하니 당장 급한건 아닌데, 막무가내로 바꾸라는거다. 이런.

사실 이 사람의 일처리는 현명한거 일지도 모른다.
군대같은 수직명령체계에선 자기가 접촉할수 있는 가장 윗선에 연결이 닿아야
본인이 뜻하는 바를 쉽게, 빠르게 이룰수 있는 법이다.
아래선에서 해봐야 시간 낭비요 어차피 중복일뿐,
아래사람을 못미더워하는 습성은 자연스레 몸에 배게된다.

그래서 열받는거다. 장교 바꿔라니.
나도 정작 급할때, 하다하다 답답할때, 최후로 써먹는 멘트를
내 귀로 직접 듣게 되다니... 장교를 바꿔?

# by 손상길 | 2001.8.7(화) 밤 9시 | 조회수: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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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돕는 진정한 길

Wayna Marshall이라는 사람이 아프리카 기니의 투툼이란 곳에서 보내온 글이다.
요약하면... 이라기 보단 중요문구를 따오면 다음과 같다.
정보빈자, 정보부자와 같이 21세기에 살아남는 방법을 두종류로 구분하는 논리는 세계를 신자와 이교도, 문명인과 미개인으로 나누려했던 논리의 새로운 형태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형태는 한쪽은 다른쪽을 돕기보다는 철저하게 황폐화시킨다.
아프리카를 돕는 길은 정보기술을 제공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아프리카에 필요한건 깨끗한 물과 전화지 컴퓨터 따위를 지원하는게 아니란 말이다.

한겨레21, 이런데 나온 기사가 아니다.
Linux@Work 7월호에 나온 기사이다.
글의 후반부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된다.
자유로운 참여, 공유 정신, 아낌없는 헌신, 인간적인 유대... 이러한 리눅스와 오픈소스 공동체 문화의 가치에서 아프리카를 돕는 길을 찾을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가 좀 거칠긴 하지만, 놀라운 글이 아닐수 없다.
이런 글이 초절정 테크니컬 잡지 중 하나에 소개된다는 것 자체가 놀라자빠질 일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즐겨쓰는(즐겨안쓸래야 안쓸수가 없는) vim의 개발자인 Bram Moolenaar의 얘기는 감동을 안할수가 없었다. 그는 94년에 우간다로 자원봉사를 간 경험이 있으며, 그곳 삶의 체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에 당장 필요한게 뭔지 알려주었다. 위에서 말한 깨끗한 물과 전화, 그리고 세계인의 관심이 그것이다. 그의 신념과 이상, 그리고 헌신적인 노력은 vim이라는 기술적 재능과 만나 전세계로 퍼져나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는 단지 카테고리킬링 프로그램인 vim의 개발자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vim에 흠뻑 빠져들어 들여다볼때 uganda.txt란 파일을 이미 본적이 있었다.
허허... 이건 또 무슨 약자일까 무심코 넘겨보았던 내자신이 한심스럽다.
당신이 리눅스 사용자에 vi사용자라면 vim(Vi IMproved)을 쓰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꺼다.
당신이 vim을 좋아한다면, 당장 :help uganda를 쳐보자.

그의 경험, 그의 활동들은 나에게 또하나의 이상적 모델이 되어버린다.
좀 소박해보여도, 보다 구체적인 존경인물이 되었다.

# by 손상길 | 2001.8.7(화) 저녁 8시 | 조회수:6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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