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테고리 없는거 | 댓글 2개 ▶

결국 그것이다.
미련 또는 애증들.
생각이 많으면 그만큼 피곤해지며,
창의적인 사람일수록에 무뎌가는 일상이 지겨운 것이 아니던가.

수년을 같이 해 온(?) 너를 보건데, 이만큼 X같은 군생활 잘 한게 너무 훌륭하다.
장교나 병이나 부사관이나, 사는 걸 보면 어찌나 그리 똑같은지.

말년의 독재에 재미를 붙였던 나의 과거를 돌이켜 보건데,
끝까지 너를 괴롭혀온 수많은 인간들이 참으로 아햏햏하군.
방법이라도 해주지 그랬냐. ^^;

어쩌면 그런 너에게,
디씨인사이드 따위나 소개해줄걸 그랬나 보다. -_-;;

설에 집에가기 전에 술이나 퍼보자. 친구.

p.s 조직이 사람을 만드는 것인가, 사람이 조직을 만드는 것인가에 대한 토의가 적적할듯 싶군.

# by refugee | 2003.1.24 ~ 2003.1.24 | 조회수:10752 | 댓글 2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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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많네. 제대가 임박하니, 많은 생각이 들겠지?

읽느라 한참 걸려부렸네. 음... 단어 10개 못외웠당^^

시간이 참 빨리도 지나갔다. 아직 며칠 남았지만 제대를 축하허이.

나도 1년 뒤에 제대라는 걸 하겠지. 사실 제대라고 해야 별 차이는 없겠지만, 그것이 곧 나에겐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것일테니...

혁팔쓰 결혼식에서 봄세.

# by 촐 | 2003.1.23(목) 밤 9시 | 조회수:8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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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2층의 세면장에는 두종류의 비누가 있다.
하나는 빡빡한 다이알 비누,
또하나는 연녹색 청개구리빛 비누.
사병이 자기꺼 쓰다가 놓고갔을 이것에선
코끝에서 아련하게 감겨드는 냄새가 난다.

* * *
난 이게 LG 제품으로만 기억한다.
사관교육대 시절 보급품으로 나눠주던 연녹색 향기의 비누.
프라스택 하늘색 비누곽에만 담겨있어야 어울리는
그 비누 그 냄새를 참 지겹도록 써왔다.
그 냄새를 맡을때면 항상 목욕탕이 생각난다.
목욕시간 7분. 옷벗고입는 시간 포함.
줄서있다 들어가기 무섭게
옷을 벗어치우고 물을 끼엊는다.
빨리 들어가야 샤워기를 쟁취할수 있고,
아니면 욕조물을 퍼다쓰는 신세가 된다.
비누를 칠하는둣 마는둥, 물을 끼엊는둥 마는둥.
시간 독촉 소리 들어가며 허겁지겁
자기 물건을 챙겨나와야한다.
모두나와 4열 종대로 줄서기까지 7분.
왼손에 가지런히 파지하던 세면가방.
그 안에 프라스틱 하늘색 비누곽.
그리고 연녹색 그 냄새 그 비누.

7분하고 30초가 넘었다며
연병장 구보 3바퀴를 더 시켜대던
우리가 괴수라고 불렀던 그 교관도 생각난다.
모든걸 다 해낼수 있구나 믿었던 그 시절.
그 시절로 돌아가면 정녕 모든걸 해낼수 있을것만 같은데.

아, 이 우라질 노스탤지어여.

* * *
두 종류의 비누가 있으면
항상 연녹색 그놈을 선택하곤 했는데,
사실 빛깔 고와보이는 이게
피부를 더 빡빡하게 땡기게 한다.
보급품은 역시 보급품이다.


- - -
정말 7분이 맞았을까? 지금 생각하면 불가능해보이는 시간.
하긴 밥먹는 시간은 5분이었는데, 밥먹고 계란까고 컵라면먹고 사과한입까지 다 먹긴 했으니깐.
그때 그시절로 다시 돌아갈수 있을까.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든 그시절을 그렇게 보냈다면
다들 이맘때쯤 추억을 돌이켜볼때다.

# by 손상길 | 2003.1.23(목) 오후 5시 | 조회수:8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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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활 3년이 가까워서야
대령 식단이란걸 받아보았다.
대령과 장군식당은 일반 간부식당과 따로 분리되어있는데,
고로 구경조차 못해봤던 대령(장군)식단으로 먹을 기회가 우연히 찾아온 것이다.

간부식당 저녁은 1300원, 그쪽은 2000원이라는데,
얼마안되는 (%는 좀 크군) 액수 차이가 식단의 질을 이처럼 풍요롭게 하는지.
영관급 간부들이 모두모여 무궁화가 출렁대는 이 곳에선
대령쯤 되어야 남다른 대접을 받을수 있다.
실제 대령분들이 먹는 식사를 보고서야, 정말 대접이 틀리구나 실감할수 있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눈에 본 대로 묘사를 해보자. 차이가 좀 나는가?

1300원 나의 식단 :

식판에 퍼담은 밥, 멀건 생선국, 콩잎, 아무렇게나 집어진 김치전, 8쪽짜리 김 한통, 맘대로 퍼먹을수 있는 김치통, 끝마무린 끓였다고 주장하는 생수.

2000원짜리 대령식단 :

밥공기 따로, 국그릇 따로, 모든 반찬 따로따로. 같은 밥, 같은 생선국, 똑같은 그러나 곱게 다듬어 썰어놓은 김치전, 김 다섯(!)통, 연근조림, 멸치볶음, LA갈비찜 한무더기, 마무리는 보리차 한잔.

# by 손상길 | 2003.1.23(목) 오후 5시 | 조회수:8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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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교대시간.
부랴부랴 신송사항을 주거니 받거니.
최대한 빨리 나가고 싶어 휑하니 나가버린다.

상번자가 덩그라니 남겨둔 볼펜 한자루.
허리가 기역자로 꺾였다가
다시펴진 흔적이 역력하다.

그 꺾어진 자국속에
얼마나 많은 분노와 절망과 좌절이
담겨있는지.

나는 안다.
나또한 얼마나 많은 볼펜을 꺾어쥐며
분노를 삭혀왔던가.
비로소 동지애를 느낀다.

- - -
못해도 한 네다섯자루는 된다.
그렇게 부셔먹은 것들이.
난 그래도 꺾어놓은건 슬그머니 휴지통에 버리곤 했는데
다시펴서 쓰는거랑 버리는거랑 뭐가 옳은건지 잘 모르겠다.
정신건강상 버리는게 좀 낫지않을까.

# by 손상길 | 2003.1.23(목) 오후 5시 | 조회수:8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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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 별 생각없이 샀던 우표 비스무리한 그것.
그래도 크리스마스 카드란답시고 만들며 놀땐
카드에 그것을 붙이는게 한때 유행이었었는데.
그러고보니 수많은 카드를 만들었어도 내꺼에 씰을 붙였던 기억은 없네.

그땐 잘 몰랐는데,
철이 들고서야 씰의 불건전성, 대한결핵협회의 불온성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도 전통때부터 판매부수 1위가 되었다지 않는가.
각 대대고 중대고 소대고 속속들이, 조선일보 안들어가는 부대가 또 어디있단 말인가.
하여간 군에 관련된 모든 일에는 뒷배경을 의심해봐야 할것이다.

소령 이상 장교, 4급 이상 군무원 : 20매 (4000원)
하사 ~ 대위, 5급 이하 군무원 : 10매 (2000원)
...적극 참여할수 있도록 홍보바라며...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by 손상길 | 2003.1.23(목) 오후 4시 | 조회수:8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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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해 줄 수 있을까? 넌듯이 건네오는 부탁.
들어줘야할지 말아야할지 결정하는 요소는 나에게 있다지만
부탁하는 이의 눈치를 봐야한다면 나에게 결정권이 없다는 얘기다.

이것 좀 해 줄 수 없을까? 나는 바보가 아니므로
같은 말을 두세번씩 들어야 이해가는 수준이 아닌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어야하는 경우라면
그땐 부탁이 아니라 강요로 바뀌는거다.
상하관계가 분명한 조직 내에선 넌듯이 건네오는 명령이 되고만다.

부탁에 못이겨서 들어주는 척하지만,
실은, 나의 여린 가슴은 상상하기 힘든 굴욕감에 휩싸여
무참히 깨지고 만다.
마음 독하게 먹고, 굴욕감을 느끼는 내자신에게
독설을 퍼부을 정도는 되어야, 그저 버티고 지낼만하게 된다.

- - -
그땐, 그당시엔, 모든게 못마땅해보였을테다.

# by 손상길 | 2003.1.23(목) 오후 4시 | 조회수:7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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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는 빌려달라곤 해도 갚는 일은 없다.
  
• 담배를 안갖고 다닌다고 해서 꼭 안피는건 아니다.
  
• 상급자는 담배를 갖고다니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손십게 빌려도, 하급자는 상급자에게 빌릴순 없는 일이다.
  
• 상급자에게 담배를 빌려줄땐, 적어도 두세가피는 빌려줘야한다. 대개는 담배갑 통째로 쥐여준다.
  
• 담배 있냐고 물어볼땐 그저 강탈하는거나 다름아니다.

# by 손상길 | 2003.1.23(목) 오후 4시 | 조회수:8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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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별게 아니었다.
내가 지금 무척 바쁘니깐 7시 10명 OO식당에 예약 좀 해놓으라고 하시길래, 좀 허탈했지만, 누구 분부신데 하며 별 감정없이 전화번호부를 뒤적거렸다. 아뿔싸, 근데 전화번호부에 없다. 아! 이런 없네 곤란을 토로하자 주위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준다. 그곳 생긴지 얼마 안되어서 없을꺼라고. 그러면서 그집 공사땜에 잠시 문닫았다고 귀띰해준다. 그랬군. 역시 별 생각없이 말씀드린다. 이러해서 예약을 못했다고. 큰일날뻔 했군 하시며 그럼 그 옆집 XX식당으로 예약하란다. 이런 아뿔싸, 그것도 전화번호부에 없는거였다. 114에 물어봐도 안나온다 하더이다. 아까 도움을 줬던 주위 사람중 한분이 퇴근하면서 가는 길에 예약해주겠단다. 아 그거 잘됐군. 그래 그럼 예약할때 전화좀 주라고 전하라고 말씀하신다. 전화가 왔다. 지금 그 집 앞인데, 반대로 되었다고. 옆집 XX식당이 문닫고 OO식당이 문열었다고. 아이구 이런, 직접 말씀드리라고. 알았어요 그려죠. 이렇게 모든 일은 끝날꺼였다. XX갔다가 옆집 OO 문열은것 봤으면 큰일날뻔 했다고. 그게 뭐 큰일이냐고 히히덕거리면서...

큰일은 나고 말았다.
따르릉~ 인터폰 호출소리. 이 엉터리같은 놈, 대체 뭐하길래 전화번호도 못챙기고 헛소리한거야. 그게 사실은 이러이러해서. 이자식 올라와. 여기서 잠깐, 별것도 아닌 일 잘못했다 그러고 마느냐 아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느냐 판단도 잠시, 나는 약간 부아가 치밀었다. 너 이자식 말이 왜그렇게 많아. 어디서 말대꾸야. 쪼그만게 누구한테 대들어. 상황이 이쯤되면 철퍼덕 고꾸라져야하는데, 내 또 그럴순 없지. 할말이 있었기에 말씀드린거라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오해가 생긴거라고. 좀더 차분히 해명을 했어야 했는데, 난 이미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였다. 논리상 정황상 내가 굴복할 이유는 없는데 숨막히는 위계질서는 이유따위는 용납하지 않는다. 요근방 지가 잘가는 집 전화번호는 죄다 정리해놓으란다. 내가 그딴걸 왜 해? 상가로가 있노라고 맞섰지만, 어차피 또한번 의미없는 일을 해야할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다시금 자리에 앉아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
아까의 분노는 다 어디갔을까. 이상하게도 별일아닌것처럼 별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이런 일이 있었느니 날 다시보겠지. 고분고분 말잘듣는 손중위였는데 말이야. 이걸 꼬투리로 또 얼마나 많은 딴지를 걸어댔까. 언제 함 봐라 딱 벼르고 있겠지. 상하가 분명한 사회에서는 나중에 받을 후환이 두려워서라도 암말않고 눈딱감는게 상책이다. 그저 굽신대며 굴복하며 뒤탈없는 삶을 누렸을 나를 생각해보며 씁쓸히 웃음만 지어본다. 대체 내가 왜 그랬느냐고? 딴게 아니라 지 밥먹을 식당 전화번호 땜에 생긴 일이다. 내가 뭘더 참아야 했는가.

- - -
사실 돌이켜보면 식당예약좀 해놓으라고 얘기했을때 거절을 해야하는 문제다. 내 직책은 본인의 비서가 아니거든. 자신보다 아랫 계급은 모두 자기 아랫사람으로, 자기 수족처럼 부릴수 있다고 생각하는건 착각이다. 하긴,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니 이사할때 아랫것 사병들 부려서 이사짐 다 싸곤 하지. 작전상황유지장교라고 직함을 갖고 있으면서 저녁시간때 야간때 받는 전화의 일부는 누구누구 핸드폰번호, 무슨 식당 전화번호, 무슨 술집 전화번호 좀 알려달라는게 흔하디 흔하다. 무엇보다도 근무를 맥빠지게 하는건 바로 이런 전화들, 이런 부탁들, 이런 강요들인게다. 이런 고충을 들어줘야할 상관이, 자신을 위한 근처 먹을만한집 전화번호목록을 만들어놓으라고 지시하니, 어디 하소연할땐 없고 그저 예예할 뿐이다.

# by 손상길 | 2003.1.23(목) 오후 4시 | 조회수:8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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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혼자다. 불켜진 스탠드만이 나를 비추고, 나는 나 혼자있어 내 전부가 된다. 오직 그때를 기다리며 온갖 모멸을 참아내지만 혼자되는 밤이면 이내 지친다. 나를 되찾고자하는 이성은 지쳐 가눌 길없고 어찌되었건 눈좀 붙여 심신의 안락을 요구하는 욕망만이 꿈틀댄다.

근무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난 나를 잊어버린다. 메모지에 끼적끼적 적어내는 손끝은 내것이 아니오, 수화기에 대고 주절거리는 혀끝 또한 내것이 아니다. 내가 하는 일에 의미가 없듯이, 나라는 존재도 이곳에선 의미가 없다.

당연한 끝을 기다리는 제대자의 감정일까 그간 누적된 스트레스 탓일까.
생각을 비우고 무심코 행동하는 그때 도를 깨치리라.

- - -
스트레스 탓이다. 나를 옭아매던 이중삼중의 압박은 마음속을 텅비워 무소유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 by 손상길 | 2003.1.23(목) 오후 4시 | 조회수:8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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