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출산기
| 육아 이야기 | 댓글 2개 ▶
상길이와 희정이의 딸 한나가 5월 21일 태어났습니다. 예정일은 29일이었는데 대략 1주일 정도 일찍 태어났죠.
19일 의사를 만났을때는 아직 2.5cm 정도밖에 열려있지 않다는 말을 듣고 아직 멀었구나 생각했습니다. 또한 원래 첫째는 예정일보다 늦게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출산가방도 안싸놓고 있었죠.
21일 새벽엔 역시나 가진통이 있었고 5시 30분 쯤 화장실에 갔는데 느낌이 좀 다르더라구요. 양수가 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좀 더 기다려도 될 것 같아서 baby birth class 자료를 복습하고 7시에 의사에게 전화하고 상길이를 깨웠습니다. '우리 병원 가야 할 거 같아' 부랴부랴 가방싸고 샤워하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양수임을 확인하고 아직 3cm 열렸다는 말을 들었을때 '아... 갈 길이 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양수가 터졌을 경우엔 감염 위험 때문에 24시간 내에 아기가 나와야해서 유도제(피토신) 부터 투여가 되었어요. 처음 한시간 정도는 참을만 하더니 갑자기 세상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원래 계획은 참을 수 있을때까지 참자, 그리고 가능하면 마취제(에피듀럴) 없이 자연적으로 출산하자 였는데.... 도저히 참을만한 통증이 아니었습니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리하여 12시 즈음에 에피듀럴을 맞게 되었죠. 척추에 놓는 주사라 제정신에 맞았으면 그것 또한 아팠을텐데, 진통때문에 그 아픔은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지더군요. 30분 정도 후부터는 아무런 느낌도 없고 그저 배만 고팠습니다. 급하게 병원에 가느라 아침도 못먹고 갔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몇명의 간호사들이 방안으로 급하게 들어와 저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배를 마구 흔들어 댔습니다. 그래프를 보니 아기의 심장박동이 갑자기 떨어졌더라구요. 배를 움직인 이후에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걱정이 되었어요. 또, 그 이후부터 진통이 올때마다 아기 심박은 조금씩 떨어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하는 패턴을 보였어요. 의사가 잠시 들렀을때 뭐 별로 걱정할건 없다해서 약간의 안심을..
하지만, 자궁은 금방 열릴 생각을 안하고 피곤하기도 하여 잠깐잠깐 졸았답니다. 상길이도 옆에서 별로 할일도 없구 그전날 늦게 잤던터라 매우 피곤해 했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래프 상으로 (마취제 덕분에 느껴지진 않았지만) 심한 진통이 오면 그에 비례하여 아기 심장이 더 자주 천천히 뛰는걸 볼수 있었습니다. 저녁 7시 쯤 의사가 들어와서 지금 아기 상태가 어떤지 걱정되니 자궁이 금방 열리지 않으면 제왕절개를 해야만 할지도 모른다라고 하더군요. 이때 8cm 열린걸 확인하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죠.
한시간쯤 후에 다시 와서 거의 다 열렸다며 푸쉬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푸쉬에 시간에 오래걸리면 심박이 자꾸 변하는 아기에게 안좋을수도있다며 버큠을 써서 아기를 빼내야 겠답니다. 흑.. baby birth class에서 배울때 꼭 안했으면 하고 생각했던 것들 (유도제, 에피듀럴, 그리고 버큠까지)은 전부 다 쓰게 되다니.... 그리고, 그래도 푸쉬가 오래걸리면 바로 제왕절개해서 아기를 낳게 될거라고...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마취가 된 상태에서도 정말이지 힘껏 푸쉬를 했습니다. 그 결과 3번의 푸쉬에 우리 한나가 세상 빛을 보게 되었죠.
나오는 순간 의사가 아.. 이래서 힘들게 했구나 하는데.. 아기가 온몸에 탯줄을 감고 있었습니다. 순간 아찔한 것이... 그래도 다행히도 그나마 일찍 나와주어 아무 이상이 없었던거죠. 의사도 이리저리 당황했는지 자신이 직접 탯줄을 자르려고 하더라구요. 옆에 간호사가 멈추면서 아빠가 자르지 않겠냐고 묻지 않았더라면 상길이는 옆에 있으면서도 탯줄도 못자를뻔 했죠. -.-;
아기가 수건으로 씻겨지고 제 배에 올려졌습니다. 전에는 이 순간에 울어버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아.. 해냈구나' 라는 생각에 뿌듯(?) 하더군요. 나중에 상길이와 얘기해보니 같은 느낌이었다는. :)
이렇게 12시간 진통끝에 8시 15분에 한나가 태어났습니다. 엄마에게 위험하다는 신호를 양수를 터뜨려 알려준 한나에게 너무나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빠와 엄마를 반반 닮은 (다른 사람들은 아빠를 더 많이 닮았다고 하더라구요.) 한나는 2.8 kg 으로 평균보다 작게 나와서 아직 좀 마른 편입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열심히 먹구 하루가 다르게 살이 붙고 있네요.
-출산후 이야기-
아기가 나오고 태반이 나오면 다라고 생각했는데, 버큠을 써서 그런지 의사가 한시간을 꼬매더라구요. 또한 적혈구 수치가 갑자기 낮아져서 iron-iv 를 두통이나 맞고 병원에서 특별관리대상(?)이 되었어요. 원래 이틀만에 퇴원시키는데 하루 더 입원해 있었고, 어제 검진때 검사 결과에서도 아직 헤모글로빈수가 많이 적다며 수혈이나 iron-iv를 한번더 맞지 않을건지 묻더군요. 뭐 그래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으니 일주일 후 다시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그냥 오긴 했지만 아직도 빈혈로 어지럼증이 많이 느껴지네요. (역시 아기는 한살이라도 젊을때 낳아야...)
-모유수유 이야기-
아기 낳기 전부터 다른 생각없이 100% 모유수유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던터라 병원에서 이틀째 아기의 glucose 수치가 조금 낮다며 10mL 의 분유를 주겠다고 했을때 굉장히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내 몸 상태도 안좋고 다른 대안이 없었으므로 허락할수 밖에 없었구요. 사흘째 밤에는 잠도 못자고 심신이 너무 약해져 있던터라 아기를 데리고 잘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눈물의 밤 분유수유를 시켰습니다.
집으로 온 첫째날부터는 계속 모유수유를 했는데, 첫째날 (일요일) 한나가 4시간 연속 밤잠을 자는 것을 보고 배부르게 먹고 오래 자는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는 밤에 두시간을 내리 못자더군요. 거의 한시간 간격으로 계속 수유.... 잘 먹지도 않고 두시간을 내리 울기만 하구.... 엄마 아빠 속을 엄청 태웠죠.. 그래서, 병원 수유 상담가 (lactation consultant) 와 목요일에 약속을 잡아서 살펴본 결과... 제 우유가 부족했던 것이었습니다. 보통 한번에 2oz 정도 먹어야 하는데 저는 0.5oz 밖에 공급을 못했던 거죠. 그래서 자주 젖을 물려야 했구요. 그래서 우선은 혼합수유를 하게 되었고 동시에 유축기를 이용하여 모유양을 늘려가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현재는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한나가 되어가고 있답니다.
# by 희정 | 2009.6.6 ~ 2009.6.6 | 조회수:21392 | 댓글 2개 ▶ 이 글의 링크 및 트랙백: http://www.zannavi.com/blog/1/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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