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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 루발린

모두 3개의 글이 있습니다. 토론기간: 2002.8.28 ~ 2002.9.22(26일동안)

starla님께서 2002.8.28(수) 밤 9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10942 디자인하우스 대화 시리즈 새 책 중 타이포그래피 아티스트 루발린의 책을 읽고 네 생각을 했다. 책 꽤나 재미있으니 기회 닿으면 봐라. (싸자나 ^^) 나도 타이포그래피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편인데, 뭐 거기에는 상길군의 영향도 좀 있을 것이지마는, 아무튼 천성이 그렇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선과 면 중에서 선이 친숙한 사람이 타이포그래피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 정도랄까. 타이포그래피는 제 아무리 날고 기고 휘어지고 굽어지고 똘똘 감기고 해도 결국은 선에서 모든 사고가 출발하는 것이다. 면으로 사고하는 것은 그 이상의 차원이지. 가끔 그래서 가우디가 타이포를 하면 도대체 어떤 활자가 나올까, 그것을 타이포라고나 부를 수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하지. 음. 내 얘기를 하다보니 타이포에 적성이 맞는 사람은 단차원적이고 단세포적인 사람이라는 결론으로 흐르고 말아, 본의 아니게 상길군까지 싸잡아 매도되게 생겼으나;;; 내 느낌은 그렇더군 ^^;;; 그런 의미에서 루발린은 참으로 타이포스러운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 고전스러운 타이포들! 그것들을 아무리 겹치고 3차원 속에 배열하고 뒤집고 그림으로 영역을 대치하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루발린은 선을 사고하는 사람이며, 선을 뚱뚱하게 만들고 홀쪽하게 만들고 휘고 자르고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복잡할지언정 직관적이다. 거꾸로 말하여 놀라울지언정 혁명적일 수 없다. 타이포그래피 아티스트 중에서 면 속에 글자를 녹이는 작업을 필생의 목표로 삼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 타이포란 어떤 타이포가 될까? 어쩌면 타이포란 생래적으로 면과의 차별을 통해 성립하는 디자인 예술인가? 아 내가 왜 이런 잡생각을 여기 적고 있는지 모르겠군 =_= 내 보드에 적어도 될 것을... 하지만 타이포 대가 상길이 한마디 뤼를 달아줄 것 같아 올린다. 안녕~ starla님께서 2002.8.28(수) 밤 9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3918 RE: 대화 시리즈... 아무튼 그래서 흥이 오른 나는 대화 시리즈 중에서 타이포나 그래픽 디자인에 관련된 사람의 책 4권을 사버리고 말았다. 이미 본 것도 몇 있으니, 거의 다 읽는 셈이네. 이미 본 것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으로 진 무어가 있는데, 진 무어의 편은 사진 사용 문제로 시비가 붙어 이제는 나오지 않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대화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면면 외에 그 형식 자체로도 충분히 흥미롭지. 우리나라 필자라는 것도 마음에 들고. 신기한 것은, 디자이너와의 대화라는 것이 너무나 잘 맞아떨어져 보인다는 거다. 생각해봐봐. 작가? 미진하지. 그리고 작가란 원래 글로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따로 가상의 인터뷰를 하는 의의가 없다. 음악가? 하지만 텍스트의 옆장은 무엇으로 채우련?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 형식은 (어쩌면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선택했을지도 모른다는 혐의는 좀 있지만) 탁월한 선택인듯. 그래서 시리즈 중에서도 쉽게 씌어진 것이 장땡이다. 루발린과 함께 나온 라즐로는 좀 어려운데, 그래서 재미가 없고, 전달이 되질 않는다. 자고로 많이 아는 사람이 쉽게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다. 손상길님께서 2002.9.22(일) 오후 5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3800 starla가 루발린에 대한 글을 쓴 이후로 글을 도통 적을수가 없었다. 그간의 생활이 고단한 탓도 있었지만, 그보단 starla의 숙제가 너무 버거워서였다... 엉엉. 내 유일한 자습서인 필립 멕스의 "그래픽디자인의 역사"에서 루발린을 뒤져보기도 했는데, 그래도 잘 모르겠음. 결국 내 얘기를 그저 주절거릴수 밖에 없겠더군. 나도 무척이나 선에 친숙하고, 선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맥의 두가지 대표프로그램 MacPaint와 MacDraw에서도 단연코 MacDraw에 매료되었고(맥을 좋아하는 결정적 이유중 하나였다) PhotoShop과 Illustrator사이에서도 역시나 Illustrator를 좋아하는, 천상 나는 선을--드로잉을 좋아하는 사람일시오리다. 나 역시 단세포적임에 이의를 달순 없지만... 선은 일차원이고, 면은 이차원이고, 선이 모여 면을 이루고, 고로 면이 고차원적이며 면에 비해 선이 열등하다는데엔 쉽게 수긍이 가질 않는다. 면과 선이 페인팅과 드로잉의 문제로 바꿔진다면, 공간을 형성하는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면이 공간을 채워나가는 거라면, 선은 공간을 가르면서 우리와 소통하는게 아닐까. 면이 모든걸 채우면서 꽉짜여진 구조로 완성된 형태를 만든다면, 선은 이리저리 나누고 쪼개므로써 여백과 함께 열린 구조를 만들고 미완성된 형태를 추구하는게 아닐까. 면과 면이 겹치면서 화합과 어우러짐으로 시각적 안정을 취한다면, 선과 선은 분명한 경계를 나누면서 분절과 도드라짐으로 시각적 경쾌함을 안겨다준다. 면이 내부적 완결성을 통해 경의와 숭배의 대상이 된다면, 선은 열린 구조를 통해 외부와 교감하고 외부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수용할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이유 덕에 난 면보단 선을 선호하게 되었고, 붓과 칼을 통해 물감을 겹겹이 쌓아올리던 유화보다 자유분방하고 경쾌한 드로잉에 일러스트에 관심이 더 가게되었다. 이는 서양화와 동양화의 차이랑도 유사해보이며, 요즘들어 부쩍 한국화와 서예에 관심 또한 늘고있는게 사실. 붓과 먹으로 무장한 서예문화권이야 말로 타이포 천국이라 불리울만 하지 않을까. 우리는 붓이 그려내는 획의 두께와 강약, 끝자락의 삐침, 먹선의 농담과 그 질감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풍부한 감성을 지니고 있었던가. 면속에 글자를 녹이는 타이포라... 진지하게 고민해볼 문제. 면이 공간을 채워나가는 작업이라면, 선으로 공간을 채우려는 시도는 어떨까. 글자로 빽빽히 면을 채우는 게 아니라 한 획의 두께를 극도로 부풀려 면을 덮어버리는 시도 말이야. 그런 타이포그래퍼라면 멕스 책에서 본 빌렘 잔트베르크(Willem Sandberg)의 작품이 눈에 띄더라. 책에 나온 사진을 보고 사실은 별 감동을 못주었는데, 그런 작업은 요즘엔 워낙 익숙히 쓰고 있는 것들이라서 말이지. 정식 타이포그래퍼는 아니지만, 아티스트랬으니깐, 고암 이응노 작품은 어떨까. 내가 첼 처음 고암을 보고 이거다 싶었던게 문자추상이었거든. 글자의 한획한획을 종이로 오려붙여 그야말로 겹겹이 쌓아올리는 작품을 선보였는데, 획으로 이루어진 한글과 한자를 평면이라는 그릇에 녹여 담아내기에 이보다 적절한 방법이 있을까. 고암이 문자추상을 시도한게 한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가 얼마되지 않은 시기라지. 이 시기의 문자추상을 동도서기의 표본이라 하는데, 서양문물에 동양문화를 접목시키는 것과 면속에 선을 융합시키는 것과 연관시켜 생각할수 있진 않을까 하는게 내 생각. 옆 사진은 고암의 작품중에서 하나 골라본 거구. 아, 말도 안되는 주절거림은 여기서 그만할께. * 빌렘 잔트베르크 작품사진을 찾고 찾았는데 결국 실패. 독어로 뒤덮인 인터넷싸이트는 정말 싫어 -_- 이 글의 링크 및 트랙백: http://www.zannavi.com/blog/1/965 트랙백을 위 링크로 보내면 이곳에 댓글로 남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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