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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정이의 새집

모두 2개의 글이 있습니다. 토론기간: 2002.4.14(하루동안)

손상길님께서 2002.4.14(일) 새벽 1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12254 희정이가 회사를 그만두고, 기숙사로 제공되던 전민동 투룸을 떠나 만년동 원룸거리의 한 원룸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 전날 짐을 꼼꼼히 싸는 모습에 놀랬고 (짐의 양에서도) 장정 두명이 와서 순식간에 싸들고 가는 모습도 놀라웠고 희정이 집에서 가지고온 냉장고며 세탁기며 늘어가는 짐의 양에 엄두가 안났으며 꼬박 이틀동안 몸을 놀려 집의 구색을 갖추어가는 모습은 경이로왔다. 내 짝 희정이는 참으로 억척스러운 사람이다. 팔불출이라 놀려도 상관없다. 이 엄청난 일을 꿋꿋이 묵묵히 해내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역시 내 짝이 틀림없다는 믿음이 가는걸. 내 짝을 이리도 멋드러지게 점지워주신 하늘에 감사드릴 뿐이다. 원룸을 가장한 투룸형. 쬐그만 공간이지만 화장실은 물론 거실, 주방, 다용도실, 넓직한 방 한칸까지 없는게 없다. 먼지가 수북했던 그 방을 때빼고 광내서 맨발로 딩굴거릴 정도로 만들어 놓았다. 가전제품이며 몇가지 가구들도 제자리를 찾아 안정감있어 보인다. 끌레 포스터를 침대맡에 걸자 비로소 집안틀이 완성되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희정이 만의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사실 희정이의 홀로 자취생활은 처음이 아닌데, 적막했던 서울 청량리 하숙생활이 있었던거다. 그때만 생각하면, 홀로 버려진듯한 그곳에 희정일 두고 내 발걸음이 왜그리 안떨어지던지. 처음 내가 찾아가서 나오던 날, 희정인 내 앞에서 펑펑 울었었지. 난 그걸 뿌리치고 돌아왔어야했고. 참 야속했었어. 세상이 다 미워보였던 그때였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도 행복해보인다. 나도 행복에 겨웠다. 우리 힘으로, 우리 손으로 마련한 집이라 더할나위없이 뿌듯하다. 손상길님께서 2002.4.14(일) 새벽 1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3407 RE: 만년동 사람들 아파트 단지로만 보이던 그곳. 고층 아파트 골목 사이로 조금만 들여다보면 어찌보면 삭막하기까지한 회색 일변도의 원룸 건물이 골목 가득 들어차있다. 2층 이상으론 모조리 주거형 공간으로 보이는데 1층 곳곳엔 가게며 음식점이 쏙쏙 눈에 띈다. 몇 블럭 건너엔 세븐일레븐도 있고... 일단 없는건 없어 보인다. 이상하게도, 참 신기하게도 이곳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단 느낌을 받았다. 처음 부동산에 집을 소개받을 때도 그랬다. 멋적어하는 우리들을 친절히 안내해줬고 결국 맘에 드는 집을 고르게끔 도와주었다. 50m도 채 안되는 가까운 곳 슈퍼 아줌마도 정겹게 대해줬다. 그집 아저씨도 그러하니 참 기분이 좋다. 옆집 간이가구점에서 탁자를 사는데도 아저씨는 우릴 기분좋게 대해주었다. 옆집이라 싸게 해준다니 그저 좋았고, 망치도 서스럼없이 빌려주셨다. 건너건너 가게에 젊은 청년 두명이 운영하는 힘내라 동태찌게 집도 참 맘에 들었다. 어, 그곳은 대전 최초라며 시원소주를 내놓는 곳이기도 하다. 부산 친구들이 보면 반가운 소식이겠구먼. 이렇듯 몇일 지나지 않았지만 괜히 이곳이 마음에 든다. 아이·노인이 없는 골목, 우리또래 비정착민들의 무미건조한 생활, 날마다 흥청대는 거리, 어디선가 나타나는 다방걸의 모습 등등 보고싶지 않은, 달갑지 않은 모습은 이번 얘기에서 살짝 빼자. 이 글의 링크 및 트랙백: http://www.zannavi.com/blog/1/733 트랙백을 위 링크로 보내면 이곳에 댓글로 남게됩니다.

▼ 실망 그리고 절망 | 손상길, refugee 5개 ▲ 특례기간 | 손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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