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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손상길님께서 2001.10.9(화) 밤 10시에 쓰신 글입니다 / 조회수:9179 # 이글은 시의적절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좋지 못한 내용이 있습니다만 # 여기는 그냥 내 일기장이라 생각하고 적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뉴스에 나왔다시피. 지난 5일 F-4 전투기 한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올해만도 세번째. 3일에 하루 근무서는 내 스케줄인데 세번다 내 근무때 걸렸다. 확률상 뭔가 맞지 않는다. 공식적인 발표야 이미 다른 곳에서 했을꺼고, 난 그냥 내 느낌을 덤덤히 적고자 한다. 사고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떨어진다. 군대에서 같은 훈련을 고대로, 수도없이 반복하는 것도 그래서 이해가 간다. 그간 몇번 겪어봤다고 내몸에선 짐짓 경험자의 여유가 배어나왔으니. 적어도 아포카 들었을때처럼 손떨지는 않았으니깐. 그러니깐 아포카도 많이 떠봐야한다. 노기노프예고런도 마찬가지. 사고현장은 바쁘게 돌아가고, 난 전화통에 불이 나는 걸로 대신 안다. 수많은 차량과 인원이 투입되고, 매캐한 연기와 불타는 잔해 그리고 널려진 파편들. 시체가 발견되었다한다. 상황전시판에 시체로 적어야할까 사체로 적는게 좋을까 뾰족한 수가 안나는데... 신체 일부라 전해온다. 그래, "00:00 추락지점 부근에서 조종사 신체 일부 발견" 무신경하게 그걸 되뇌이는 내자신을 바라보니, 몸서리치게 소름이 돋는다. 끔찍한 상상을 자꾸 떠올려보지만, 별다른 이미지가 생각나지 않는다. 사실 난 시체를 실제 본 일이 없다. 영화에선 수도없이 보았을 시체들 덕에 나에겐 그저 그렇게 받아들여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도대체 어느 부위일지도 모를 섬뜩한 토막, 생각만해도 미간이 찌푸려지는 처참한 광경. 근데도, 편안하고 안락한 지하벙커에서, 한가하게 전화나 받는 난 도무지 실감이 안나는거다. 지난 미테러사태가 나에겐 딴세상 얘기로 들리듯이 이번일 사건 한복판에서 상황을 받아도 내귀에서 웅웅 맴돌뿐이다. 내것으로, 내문제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역시. 사람은 현장에 있어야한다. 현장에서 땀흘리고 겪어봐야 그리고 직접 당해봐야 그제서야 비로소 내것이 된다. 책상앞에서 하염없이 펜대굴리는 일은 나에겐 맞지않는다. 그게 내 이상적인 내모습과는 맞지않는다. 그치만 내 현실은 내 이상과도 맞지않는데, 이런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모르겠다. 여하튼 내 바램은 현장학습, 체험학습. 몸으로 겪고 몸으로 느끼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활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진취적인 사람. 음습한 골방에 박혀 달그락 컴자판소리에 희열을 느끼는 또다른 모습의 나로선 감당하기 힘든게 어떻하리오. 현장에 있지않고서는 아무것도 할수없고 아무것도 한게아니오라는 자괴감. 역동적인 활동가들에 대한 막연하면서도 절실한 동경, 그리고 갈망. 두명의 조종사를 떠나보낸 순간을 내가 너무 무례하게 기술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건 아니다. 젊은 나날을 창공에 바친 두분의 순직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 이 글의 링크 및 트랙백: http://www.zannavi.com/blog/1/371 트랙백을 위 링크로 보내면 이곳에 댓글로 남게됩니다.

▼ 허걱.. | refugee, 손상길 2개 ▲ 전투기 조종사 | 손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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